강정규 연재동화 (2001. 3)

아버지의 향기



"어떻게 됐어유?"
어머니가 물었다.
"다 잘 됐어. 다 잘 됐다구. 인자 퍼내기만 하면 되야."
아버지가 의외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랬구만유, 잘 된 일이 또 있슈. 방앗간 집서 잃어버렸다던 시곌 찾었대유.
어디다 잘못 간수허구 설라무니 생사람 도둑 만든 셈이쥬."
"그려, 그러니께 잃어버린 사람이 죄인이란 옛말두 있잖응감."
아버지가 담배를 태워 무셨다.
"서울 학상덜 오늘 떠났구먼유. 인규 못보구 간다구 서운해하며 인사허구 떠났슈."
어머니가 말했다.
"에미야, 애비 술 한되 받아다 주거라."
할머니가 방안에서 말씀하셨다. 나는 주전자를 들고 주막으로 달렸다.
"똥 치는 회사도 있다데."
그날 밤 아버지가 수첩을 들고,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썼다 지웠다 애를 쓰시다가, 담배를 다시 태워 물며 말씀하셨다.
"똥치는 회사두 있어유?"
"그렇다니까"
"공짜루 퍼내겠다구 허시지 그랬슈?"
"그랬지. 그냥 치우구. 시계만 찾으면 되니께 공짜루 퍼내겠다고 혔지. 딴 사람 주지 말라구 혔지."
"그럼 이젠 퍼내기만 허면 되겠네유?"
"그려, 그런디 팔일오꺼정 지달려야 된대야."
"팔일오하구 똥 푸는거 허구 무슨 관계가 있대유?"
"그때 가야 해수욕장이 끝나거던. 서울 손님들 드나 드는디 구린내 풍길 수는 읎다는 거지"
"언제, 그때꺼정 지다린대유. 시계쏙이 똥물 들어가겄네. 그럼 녹스는거 아녀유? 그럼 못쑤게 되는거 아녀유?"
"지금 그게 문제여?"
"허긴 그렇네뉴. 그러구 저러구 몇지게나 되겠슈? 메칠동안이나 퍼야 되겠슈? 가늠이 가유?"
"그려서 시방 그걸 줌 계산해 보는디 잘 안되너먼..."
아버지는 다시 연필 끝에 침을 바르며 수첩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송구스러웠다. 학교에서 다 배웠는데, 확실치가 않았다.
변소속에 들어있는 똥의 양을 계산하려면, 우선 변소의 넓이를 계산하고 거기 똥이 찬 높이 를 곱하면 될 것 같았다. 그 다음엔 아버지가 져나를 똥통에 담길 똥의 분량을 계산하고, 그 것으로 변소에 찬 똥을 나누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변소 바닥이 경사져 앞면과 뒷면 깊이 가 다르고 거기에다. 지게로 질 똥통 또한 원기둥이 아니고 밑면보다 윗면이 넓지 않은가. 나는 참고서까지 찾아 보았지만 이렇다하고 계산해 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또 팔일오 까지 똥은 얼마나 또 늘어날 것인가?
아버지 또한 계산을 해 보셨지만 종내 우리집 똥통으로 몇지게나 될는지 끝내 답을 찾진 못 하신 눈치였다.
"그깟 계산을 해본들 뭣 혀. 퍼내다보면 바닥이 들어나겠지..."
혼잣말을 하시더니 수첩을 치워버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