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미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14개월 된 젖먹이를 떼어놓고 네 아이를 맡기면서까지 이 먼 여행을 하는 것이 주제넘은 것은 아닌지... 꼬박 밤을 새며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면서 나의 이 분주한 움직임이 헛 된 것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 자꾸 기도가 나왔다.
요즈음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남편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다섯 살 된 조카 녀석을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고민스럽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자 아발견'이런 단어에 꼭 한번 도전장을 내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기에 미안함을 접어 두었 고 집안 일은 걱정 말라며 나의 등을 밀어준 남편의 고마운 마음으로 용기를 내며 결국 버 스를 탔다.
푸근한 가을 햇살 속에 여기 저기 영글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아론의 집을 찾았다. 모든 프로그램은 침묵과 함께 시작 되었고 좀 낯선 시간들이었지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성 찰하는 훈련을 가졌다. 강의를 들으며 궁금하던 나에 성격유형이 서서히 드러났다.
성격유형 1번 완전주의형. 내가 가장 존경하기도 하고, 경멸하기도 했던 완전을 추구하는 사람! 지나친 책임주의자! 개혁가! 약간 예상하기도 했었지만 막상 1번이 확실해지자 나는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부담스러워 하는 ○○의 성격과 내가 똑같다는 것을 수긍하기 싫어서 9번이나 7번을 자꾸 살펴보기도 했다.
아울러 남편이 8번의 지배자형이라는 것과 내 주위 사람들의 성격유형이 보여지면서 신 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자기발견을 위한 시작일 뿐이었다. 소그룹으로 나누어 웍샵을 하 고 다시 강의를 들으면서 왜 내 자아가 왜곡되었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 지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솔직히 나만 아픔을 품고 사는 것처럼 축쳐져 있다가도 나보다 훨씬 큰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참석자들을 보며 부끄럽기도 하고 서로의 위로 속에 마음이 하나되는 사랑을 경험하면서 공동체라는 단어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침 시간 자연 속에서의 산책과 저녁의 춤 명상은 무척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춤명상 은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인도자의 안내에 따라하니 자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산책 시간에 자연과의 대화와 내면의 통찰로 나의 창조주 하나님께 더 깊이 나아가는 귀한 은혜가 있었 다. 무엇보다 가장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은 나의 나됨에 있음을 알았다.
그 모든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나도 어찌하기 힘들었던 강박충동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배운 것도 분명 은혜요. 내 삶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그리스도인으로써 추구하 던 온전함의 의미. 하나님 형상으로의 회복! 이 큰 산도 이제는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한 걸음씩 더 가까워 질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모두 함께 드리는 마감예배는 뭐라고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진한 감동과 은혜가 있었다. 첫날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다소의 불안함과 몸이 아픈 가운데 지나간 4일 이었지만 그리고 에니어그램 도표 보기가 좀 복잡했지만 내겐 출발 당시의 비장한 각오를 해결 받은 새로운 출발의 첫 발걸음이 되었다.
'자 이제 성숙으로 향한 출발!'
이 귀한 자리로 인도해 주신 성령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사 랑을 나누었던 참석자들과 사랑하는 나의 지체들에게 정말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지난 10.4-10.7일까지 군포 아론의 집에서 있었던 에니어그램 영성수련을 마치고 쓴 것이다.
글쓴이는 요즈음 보기드문(??) 네 아이의 젊은 엄마이며 목사의 아내로 기독교여성상담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홍미 (충주 삼탄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