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나는 올해 기독교인으로서 참으로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불교, 이슬람, 가톨 릭, 원불교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토착종교인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얼마전 끝난 제3차 〈아셈민간포럼〉 '종교분과웍샵'에 우리 연구원이 참여하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교사 람들과 만나면서 우리가 그동안 개신교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살아오면서 다른 종교에 대해 서 거의 모르고 살아왔던 것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다.
이번 웍샵을 준비하기 위한 국제모임이 지난 7월 인도네시아의 자바지역의 영성과 문화의 중심지 '족자카르타'에서 열려 참석하여, 그 지역의 다양한 종교인들(불교, 이슬람,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와 전통적 민간신앙)이 종교와 인종적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 해 포럼을 형성하여 각 종교현장을 방문하여 서로 배우고 삶을 나눌 뿐 아니라 이웃을 돕는 등 사회적 봉사와 실천을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앙적 전 통에 헌신함과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열어 놓고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공동의 선 을 향해 연대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 10월에 한국에서 열린 아셈회의에 외국의 타종교인들이 참석하여 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흔히 말하는 '다름'과 '차이'의 수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 사례 몇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종교분과의 웍샵이 열린 정동의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외국의 참석자들과 한국의 참여단체들이 처음으로 모여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정성껏 준비된 음 식으로는 밥과 돼지불고기, 나물, 김치 등이었다. 나는 돼지불고기를 보는 순간 '앗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에서 절대로 금하는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종교인들이 외국에서 오는 것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준비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종교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음식문제에 나타났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몇 명의 이슬람교 참석자들은 이것을 소고기로 알고 먹었던 것 같다. 이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돼지고기에 대한 금기 때문에 아마도 돼지고기는 본 적도 없고, 그 맛이 어떤지도 몰라서 먹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는데,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가 금하는 것을 위반한 것을 알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날 밤에 실무준비회의를 하면서 내가 웍샵기간동안의 음식에 대해서 말하자 인도네시아 에서 함께 온 가톨릭 신부님이 무척 놀라하셨다. 그러고 보니 다양한 종교가 모여서 서로 갈등하면서도 공존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닭고기를 즐겨먹는 이유가 경제적 뿐 아니라 종교적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또 한가지, 우리가 이들 참석자들의 방을 배정하 면서 이슬람교인들이 하루에 5번 그들의 성지인 메카를 향해 모여서 절하고 기도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지 못한 것도 무척 아쉬웠다.
이번 타종교인들과의 만남에서 벌어진 몇 개의 사건은 나로 하여금 '다름'과 '차이'의 수용 을 통한 공존의 문제에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요즈음 우리사회는 분단 55년동안 서로 다른 체제와 사회문화 속에서 살아온 북한주민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으로 커다 란 관심이 쏠리고있기 때문이다. 통일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은 "정치적으로는 통일(統一)을, 사회적으로는 통합(統合)을, 문화적으로는 공존(共存)을 지향해 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남한의 기독교인들은 이제 북한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만나 통합과 공존을 이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북한선교 문제에서 부터 적용하고 실천할 때이다.
* 김정수(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연구원, 상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