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께, 하나님의 영광, 사람의 영광 <개역>과 <개정>의 잠언 25장 2절의 번역이 같습니다. 일을 숨기는 것은 하나님의 영화 榮華요 일을 살피는 것은 왕의 영화 榮華니라 히브리어 ‘카보드’를 <개역>과 <개정>은 “영화”라고 번역하고, <공동번역>, <표준새번역>, <새번역>은 “영광”이라고 번역한 것 말고는, 번역에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영어 번역들도 살펴보았더니, 히브리어 ‘카보드’를 절대다수 번역은 “glory(영광)”라고 번역하였고, 극히 일부가 “honour(영예)”(TEV, YLT), “privilege(특권)”(NLT) 등으로 번역합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관심하는 것은 히브리어 ‘카보드’의 우리말 번역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왜 일을 숨기시고, 왕들은 왜 그 숨은 일들을 찾아 살피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감추시고, 왕들은 그 감춰진 것을 찾는 이런 상황이 어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파주 배성권 목사

배성권 목사님,

난해구가 나왔을 때 여러 번역을 비교해 보시는 것은, 문제 해결 방법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절대다수 영어 번역이 히브리어 ‘카보드’를 “glory”로 번역하고, 극히 일부 소수가 “honour” 혹은 “privilege”로 번역하였다는 것이 흥미 있습니다. 제가 확인한 영어 번역 중 Contemporary English Version(CEV)은 “하나님은 신비하시어서 찬양을 받으시고, 통치자들은 그 신비를 설명하니 찬양을 받는다.”(God is praised for being mysterious; rulers are praised for explaining mysteries. CEV 잠언 25:2)라고 번역하였네요. 배성권 목사님의 질문을 받고 제가 세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1) 미국성서공회에서 나온 해설성경(Good News Study Bible, 1992) 1) 은 하나님께서 “일을 숨기시는 것”에 관해서 “하나님의 방법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다”고 설명하면서, 같은 생각이 반영된 참고 구절로 신명기 29장 29절, 욥기 26장 14절, 이사야서 40장 12-14절을 가리킵니다.

“29 이 세상에는 주 우리의 하나님이 숨기시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도 많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뜻이 담긴 율법을 밝히 나타내 주셨으니, 이것은 우리의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의 자손은 길이길이 이 율법의 모든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새번역 신 29:29)

“14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분이 하시는 일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그분에게서 듣는 것도 가냘픈 속삭임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그분의 권능에 찬 우렛소리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새번역 욥 26:14)

“12 누가 바닷물을 손바닥으로 떠서 헤아려 보았으며,
뼘으로 하늘을 재어 보았느냐?
누가 온 땅의 티끌을 되로 되어 보고,
산들을 어깨 저울로 달아 보고,
언덕들을 손저울로 달아 보았느냐?
13 누가 주님의 영을 헤아릴 수 있겠으며,
주님의 조언자가 되어 그를 가르칠 수 있겠느냐?
14 그가 누구와 의논하시는가?
누가 그를 깨우쳐 드리며, 공평의 도리를 가르쳐 드리는가?
누가 그에게 지식을 가르쳐 드리며,
슬기로운 처세술을 가르쳐 드리는가?” (새번역 사 40:12-14)

위 세 본문이 인간의 이해 능력이 가닿지 않는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 혹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잠언 25장 2절에는 왕들에 대한 백성의 기대가 나와 있습니다. 우주를 통치하시는 하나님께서 감추신 것을, 이 세상을 통치하는 왕들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 임명받아서 이 세상을 다스릴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애써 살피면 하나님께서 감추신 것을 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백성은 그런 기대를 왕에게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 인용된 신명기 29장 29절이 이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세가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주 우리의 하나님이 숨기시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도 많다.”고(새번역 신 29:9a). 그 비밀은 하나님의 것이라고, 잠언의 말대로 하자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뜻이 담긴 율법을 우리에게 주시어 당신의 그 비밀을 율법 속에서 밝히 나타내 주셨다는 것입니다(신 29:29b). 율법을 통해서 밝혀진 이 비밀을 모세는 “이것은 우리의 것”(신 29:29c)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당신의 비밀을 알려주시니, 이것은 우리의 영광이지요. 잠언의 말을 빌리면, 왕이 율법을 연구하여 그 숨겨진 뜻을 알아내면, 그것이 바로 “왕의 영광”인 것이지요. 욥기 26장 14절이나 이사야서 40장 12-14절은 일을 숨기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2) 독일성서공회에서 나온 해설관주성경(Stuttgarter Erklaerungsbibel, 1992) 2) 은 잠언 25장 2절이 우주를 통치하시는 하나님과 세상 나라를 통치하는 왕들을 대조시키는 것에, 독자들이 주목하도록 합니다. “하나님은 본질상으로 사람이 헤아리기 어려운 분이시고,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숱한 일을 하시는 분이시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왕이 하나님께서 감추신 것을 철저히 연구하고 살핀 다음에, 통치 과정에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통해서, 자기가, 감추어진 배경에 대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렸다는 사실을 백성에게 알리기를 기대한다.”고 진술합니다.

3) <새영어번역> 해설(New English Translation, Biblical Studies Foundation, 2005)3) 은 잠언 25장 2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일을 숨기는 것”과 “일을 살펴 밝히 들어내는 것”이 대조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한 편으로는, 하나님의 우주 통치는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하나님의 통치 의도와 구체적 작전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러한 면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하나님이 숨기신 일을 살피고, 문제를 연구하고, 백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왕 王의 영광 榮光이라고 합니다. 왕의 통치는 신성한 비밀이나 비법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왕들은 연구하고 조사를 한 다음에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대표자로서 통치하는 왕들은 또한 인간사에서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그들은 심지어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 하나님에게 문의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왕들의 영광스러운 본성과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이상 세 가지 해설이 배성권 목사의 궁금증을 푸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설명에 인용한 자료는 이미 각주에서 밝힌 대로, 처음 두 자료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해설 자료이고, 세 번째 것은 영어로 저작된 것으로서,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고, 무료로 내려받아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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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말 번역 <굿뉴스 스터디 바이블 개역 개정판>(대한성서공회, 2000)
2) 우리말 번역 <성경전서 해설·관주 개역한글판 (독일성서공회해설)>(대한성서공회, 1997)
3) https://www.bible.com/versions/107-net-new-english-trans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