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성서의 의미나 의의, 또는 그 영향력을 간파한 한 두 사람의 말만 들어도 우리는 성서가 어떤 책인가를, 단순히 하나의 책이라는 관점에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성서는 신앙고백의 바탕으로서 ‘경전’이기에 앞서서 ‘고전’이다. 인류 문화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이요 특히 정신세계와 사상사에 끼친 영향은 이루다 표현할 길이 없다. 더욱이 경전으로서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생명의 말씀’으로 고백하며 산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까지 생각하자면 성서는 과연 ‘생명의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객관적으로 남들이 말하는 그런 위대한 책으로서의 성서가 아니라, 바로 “오늘날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도대체 성서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우선, 성서에 관한 제한적 물음 가운데서 필자는 자신을 포함하여 독자들에게 이런 물음을 묻게 된다.

첫째, 신앙고백과 상관없이, 성서는 오늘날 전 세계의 지식인들에게 고전중의 고전으로 읽혀지고 있다. 독자들이 성서 아닌 다른 고전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고, 삶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뜻을 다듬은 경험을 우리는 하고 있는가? 특히 순전히 문학감상의 차원에서 성서를 읽으며 그와 같은 감동을 얻을 수 있는가?

둘째, 고전 작품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 자연과 역사, 시간과 우주, 영혼과 영원성의 문제에 대하여 통찰과 예지를 발견하듯이 성서에서 그와 같은 지혜와 분별력을 얻을 수는 없는가?

셋째, 성서를 읽으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다듬고 역사비평과 문학비평을 통하여 삶의 리얼리티를 발견할 수는 없는가?

넷째, 성서를 신앙고백적으로 읽으면서 그 속에서 사회-정치적 배경과 문화-종교적 상황을 비평적인 눈으로 보면서 비평의식을 갖출 수는 없는가?

다섯째,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 생명의 말씀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의 의식과 가치관과 일상의 생활양식 life-style에 어떤 힘이 되며 영향력을 끼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