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에니어그램의 네 번째 유형은 8번 날개와 사회적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이다.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은 특히 강압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심각한 억압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건강한 8번 유형의 연장자와 있을 때 극도의 무력감과 억압된 분노를 경험하기도 한다. 8번 날개와 사회적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은 어린 시절부터 착하고 상냥한 아이가 되고자 했었으나 강한 성격의 할머니나 어머니, 혹은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이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억눌려 살아가는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히려 도와드리고 싶었고 상냥하게 행동하고 싶어 했다.

9번 유형에게 있어서 가족 혹은 부모님이란, 든든하기도 하며 보살펴줘야만 할 것 같은, 혹은 원망의 대상이다가도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한 존재이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상황에서든 개입을 하게 되고, 가족의 일은 자신의 안위나 일보다 더 우선된다. 즉, 가족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9번 유형에게는 크고 가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적인식은 어린 시절의 행복이나 사랑받은 기억과는 별개의 가치로 자리매김하여 가족 내의 갈등이나 상처에 민감해지기보다는 가족은 소중하다는 존재적 인식으로 더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8번 날개와 사회적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은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화를 내는 것보다는 슬픔이나 외로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무력감과 혼란을 느끼고, 사리판단이 되지 않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유사한 상황이나 사람과 맞닥뜨리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또 다시 반복된다. 익숙한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무기력함, 혼란, 통제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반응은 8번 날개와 사회적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이 다른 9번 유형의 하위유형들보다 내적 갈등을 회피하는 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본능과 1번 날개를 가진 9번 유형이 내적 갈등을 회피하는 수준이 낮고 자신의 내면과 본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유형인 반면, 사회적 본능과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은 내적 갈등을 회피하는 수준은 강하지만 직면과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패턴으로 순식간에 자신을 끌어올리는 유형이다. 마치, 수영을 할 때 몸에 힘을 빼면 바로 수면위로 떠오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은 무력감을 말하는 것이다. 이 유형에게 있어서 가장 불건강할 때 나타나는 특징은 무력감이다. 사회적 본능과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에게 있어서 무력감은 격정의 결과이며, 격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무력감 helplessness은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이다(Seligman, 1975). 또한 무력감은 자신의 조절을 넘어서는 상황으로 인해 자율적인 선택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Mosby’s dictionary, 2004). 통제 불가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은 역설적으로 본질적 자아와 만나는 순간이 되어 성장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의 나태는 자기보존본능의 안일함의 나태, 친소본능의 자기가치를 발달시키지 않고 일체화 되어버리려는 나태와 달리 집단의 가치에 열정적으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지 않는 나태이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그들은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태의 격정에 빠져 있는 경우가 흔하며, 아이러니하게도 무력감의 늪에 들어서고서야 자신의 내면에 충실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 무력감은 격정의 한가운데이면서 바로 변환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한 것이다.

사회적 본능과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은 다른 9번의 하위유형들에 비해 가장 자기직면에 적극적이고 스트레스 상황을 자기 도전의 기회로 이끌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을 떠오름형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자신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꿈과 목표를 만들어 나가는 미래지향적인 유형이기 때문이다. 한번 세워진 목표와 방향성을 향해 정한 마음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고 노력하는 조화로운 도전자이기 때문이다. 이 도전의 힘은 자기 자신을 직면함에 있어 적극적이고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오는 강한 힘에서 비롯된다. 이 힘은 자포자기 보다는 성장하는 전략을 통해 당당하게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힘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본능의 9번 유형은 참여 par- ticipation의 유형이다. 같은 참여의 유형인 1번 날개의 9번 유형과 8번 날개의 9번 유형의 참여의 차이는 차분함과 활기, 경직성과 융통성으로 볼 수 있다. 1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은 사회적인 규율이나 도덕적 기준에 민감하고 자신과 타인을 검열하고자 하며 가장 섬세하게 자신을 관찰하는 차분한 유형이다. 이들의 참여는 집단의 참여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명료화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임’이 중요한 가치가 되며 책임으로 인해 때로 경직되기도 한다. 반면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은 가장 힘이 넘치고 추구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며, 자신의 계획이나 일, 처한 상황 속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로 보이기도 하며, 경직성보다는 융통성과 조화로 긍정적인 승화를 이루려 한다.

자기 직면의 힘이 강한 이 유형은 한번 떠오르고 나면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해가는 편이다. 이유는 이들이 건강할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기수용의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하나의 학습 과정처럼 이들에게 훈련되어져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목표를 향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끌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회적 본능과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에게 있어서 성장을 향한 가장 의미 있는 전략은 ‘사랑’이다. 사회적 본능과 8번 날개가 발달한 9번 유형은 ‘사랑’만이 자신이 살길이라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자신을 억압하고 타인만을 살리는 사랑’이 아닌 자기 안에서 자유 하는, 자신이 선택하는 사랑이라는 도구를 통해 갈등을 회피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