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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귀한 시간
생활습관이 잘 든 첫째아이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하다. 문제는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인데 그래도 자고 있는 나를 귀찮게 하진 않는다. 첫째는 때론, 출근하는 아빠보다 먼저 일어날 때도 있다. 남편은 출근 전에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쓰다듬고 출근한다. 그래서 첫째나 둘째 중 한 아이가 먼저 일어나면 애들과 놀아준다고 아주 가끔은 회사 통근 버스를 놓쳐 출근 시간에 늦기도 한다. 둘째는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피곤하면 9시가 되기도 전에 자기도 하고, 낮에 낮잠을 평소보다 좀더 많이 자면 12시가 넘게까지 안 자고 버틴다. 그런 날은 나보다는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어 나를 쉬게 해준다.
이번 여름은 무척이나 더워 우리 가족은 거실에다 자리를 펴고, 자기 전에 에어컨을 조금 틀어 잠을 청하곤 했다. 둘째가 거실문을 자주 열려고 해서 혼내면 저도 서러운지 이불에 엎드려 화를 내는 폼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여름날 밤 시원한 거실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을 남편과 같이 지켜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피곤이 싹 사라진다. 시간이 없어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남편과 둘이서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잠이 든다. 대체로 남편보다는 내가 일찍 잠이 드는 편이다.
어쩌다가 남편이 먼저 잠이 들고나서 잠든 아이들과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정말 편안함을 느낀다. 애기가 엄마 품에서 잠을 잘 때의 편안함이라고 할까? 통속에 무엇이 가득 담겨져 차고 넘쳐서 나눠주는 편안함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 편안함은 내 생활 중에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내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편안하고 소중한 나만의 시간에 늘 떠올리는 모습이 있다. 어릴 적, 여름 밤에 모깃불을 피우고, 평상에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잠시 눈을 떠보면 어머니는 항상 기도하시는 모습이셨다. 하루 종일 밭일로, 시댁식구 모시는 일로 피곤하실 텐데도 어머니는 혼자만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다. 어머니는 피곤한 몸을 편안히 쉬시기 보다는 기도로서 쉼을 취하신 것 같다. 자신이 가진 가장 중요한 시간에 하나님과 대화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기도하시던 모습이 내가 느끼는 가장 편안하고 소중한 시간에 생각이 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자식인 내가 보기에도 그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것으로 머리 속에 기억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이란 바로 그런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럴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때가 가장 행복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어쩌면, 어머닌 지금도 손자들을 위해서 기도하실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이젠, 어머니가 느낀 그 행복감을 나도 맛보고 싶다. 나도 어머니의 그 기도하는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 아니, 어머니가 곤히 잠들어 계실 때 내가 대신 기도하고도 싶다.이번 추석 때 고향에 가면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같이 기도드리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야지.
첫째가 늘 묻는 말이 있다.“엄마 몇 밤 자면 외갓집에 가?”“엄마는 하룻밤만 잤으면 좋겠단다.” 이미연(디딤돌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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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5 04:56: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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