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1. 11)
자 유
정경일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아빠'라는 말과 '아멘'이라는 말을 비슷한 시기에 알았던 것 같고, 교회학교에서 성경퀴즈나 암송대회라도 하면, 늘 학용품을 도맡아 타고는 했습니다. 좀 더 자라서는, "그 이야기가 어디에 나오지?"라고 물으면, "빌립보서 4장 몇 절일 거야"라고 금방 답할 정도로 성서를 잘 알고 있었지요. 잘 안다... 그러나, 성서를 정말 잘 알았던 것일까 반문해봅니다. 성서는 암기의 텍스트가 아니라 고백과 행함의 출발점이라면, 그리고 성서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성서를 잘 몰랐던 것일 겁니다.
어린 시절, 잠든 동생의 얼굴에 낙서를 할라치면 할머니가 심하게 혼내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주셨죠. 옛날에 한 색시가, 신랑이 잠들어 장난삼아 얼굴에 낙서를 했는데, 그 신랑이 꿈에서 돌아오다가, 그만 그 글씨들이 막아 결국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그처럼, 성서의 '문자'들이 삶의 길에 창살이 되고, 우리 생활의 족쇄가 되어, 그만 신앙으로 인해 누려야 할 자유를 억누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저희의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고전 14:34), "그대는 신도들을 일깨워서 통치자들과 집권자들에게 복종하며, 순종하며..."(딛 3:1),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출 20:3)
* 정 경 일 (새길교회 sofrel@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