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3 / 2018

 

 

 

 

 

 

 

 

 

 

 

 

문이령손바닥동화 (9)

 

지금 여기

 

 

 

 

 

 

 

 

 

 

 


문 이 령


동화작가,
아동복지교사,
지역아동센터에서 독서지도를 한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저만치 봄이 오는 느낌이 와요.
엄마 따라 집 앞에 있는 은행에 왔어요.
엄마는 은행 일을 보시고 나는 자동화기계 앞에서 은행누나가 타준 율무차를 마시며 엄마를 기다렸어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삐삐거리며 자동화 기기에서 은행 일을 보고 계셨어요. 기다리지 않고 은행 일을 볼 수 있어 편리해 보였어요.
잠시 후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자동화기기 앞에 오셨어요.
“도장을 안 가져오셨으니 밖에 기계를 이용하세요.”
좀 전에 은행누나 앞에 서있던 그 할머니셨어요.
할머니는 좀 불안한 표정으로 자판을 누르고 계셨어요.
“비밀번호 오류입니다!”
안내멘트가 나왔어요.
도와드리고 싶은데 비밀번호 유출은 안 되는 거잖아요. 안타까웠지만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지기 볼일만 보고 바삐 갈 길을 가곤했어요.
‘비밀번호 오류입니다!’
안내 멘트가 또 들렸습니다. 할머니는 혼자서 쩔쩔매고 계셨어요.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까요?”
망설이다 못해 내가 나섰어요.
“자, 통장 먼저 요기다 넣고요. 다음은 비밀번호 천천히 누르고요, 그리고 얼마 찾으실 건가 액수 누르시고요, 만 원짜리로 할 건가, 오만 원짜리는 할 건가 누르시고요.”
할머니 옆에 서서 천천히 자세히 알려드렸어요.
할머니는 내가 가르쳐 드리는 대로 천천히 따라하셨어요.
“현금과 통장을 받으세요.”
안내 멘트가 또 나왔어요. 기계 안에서 돈과 통장이 쏘옥 나오니까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셨어요.
“고마워요.”
할머니는 나한테 존댓말로 인사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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