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선
나는 딸이 셋이다. 둘은 딸 딸이고 하나는 며느리 딸이다. 어떤 사람은 며느리와 시어 머니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어느 만큼의 사이가 있어야 되고 며느리에게 딸이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들 하나에 딸 둘이었는데 이제는 아들 셋에 딸이 셋이 되었다.
내가 며느리를 딸이라고 하는 데는 분명한 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흔히 며느리와 시 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며느리와 시어머니이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다.
나는 딸 들과의 갈등이 참 심했던 어머니이다. 어머니인 내 인격이 모자라서 그런 면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자기 일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독립심을 기워준 탓도 있는것 같다. 그러다 보니 딸과 엄마 사이에 이견이 있을 때에는 아주 격렬한 토론을 하곤 했었다. 무조 건 순종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우리 딸들은 자기가 수긍할 수 있을때라야 일이 진행된 다. 합의점을 찾기 전에는 딸들도 엄마도 고민하고 화도 내고 서로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딸들과의 갈등이 있는데 어떻게 며느리와 갈등이 없겠는가? 그래서 나는 며느리 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또 하나의 다른 갈등이라고 보고 싶지 않다.
나는 5년전에 내 딸이 된 며느리가 있다. 독특한 성격을 지닌 신랑을 잘 참아 주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내는 사람이다. 어느 패션 회사의 팀장이다. 자기의 할 일이 있어서 시부모를 자주 찾아 보거나 전화를 자주 해 주지 못할 때도 있다. 며느리가 보고 싶거나 섭섭하게 느껴질 때에는 참다 못해 내가 먼저 전화를 한다. "너는 이 시에미가 보고 싶지도 않냐?" 소리를 지른다. 딸에게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우리 집에 놀러오면 우리 둘은 함께 누워서 텔레비젼을 본다. 아들 욕을 함께 하는 일도 재미있다. 아들과 사위들이 남자로서의 권위의식을 내 세울 때 우리집 여자들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며느리는 두 시누이와도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사촌 시동생들이 여럿 있는데 그들은 형수를 꼭 애인 대하듯이 한다. 우리집이 이렇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우 리 며느리 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집 며느리가 된 두 딸과 수많은 신세대 며느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의 50대 60대인 시어머니들은 샌드위치 세대이다. 며느리였을 때에는 된 시집살이를 했지만 시대가 바뀐 요즈음은 오히려 며느리 시집살이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시집살이를 했지만 '며느리 시집살이는 시키지 말아야지'라는 의 식들이 있다.
이런 샌드위치 세대의 빈자리를 며느리가 읽어 주었으면 한다. 취미가 다르고 감각이 다르더라도 그대로 보아 주면 좋겠다. 어쩌다 보니 그만 컴맹이 되어 버렸고 바꿔 바꿔 테크 노 춤을 추기에는 몸이 무디어 버렸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고 자기의 것은 별로 가져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제 그런 시어머니들에게 며느리의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신세대 며느리는 시어머니 보다 많은 시대적 혜택을 받고 있지 않은 가!
시어머니 세대에서는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가족법 개정을 해 놓았고 폭력에 대항하며 평화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고 안하고 살아온 어머니들은 딸들의 더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살라는 딸들이 며느리가 되었으면 그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이렇게 부탁하는 이유는 신세대들은 구 세대보다 더 성숙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 윤명선 (편집위원, 공동체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