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선
우리는 흔히 대개 비슷한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 함부 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게 된 사정이나 심정을 알려고 하는 몸짓은 잘 하 지 못한다. 여럿이 모여 살 때 다양한 삶을 서로가 인정해야 우리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을 결혼시키는 동시에 예쁜 손녀 딸이 둘이나 생긴 내 친구가 있다. 우리나라 정서 로 보아서는 아들의 결혼을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이기는 하다. 처음에 아들이 결혼을 한다 고 했을 때 엄마는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데 "어머니, 여성학자 맞아요?" 라는 질문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그래 맞아, 여성 학은 여성이 행복하게 사는 것 만이 아니라 인간이 정말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것을 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데, 늘 같이 있고 싶어하는데, 왜 결혼을 반대 하지?"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
통념적으로 결혼을 한다면 처음 결혼이어야 하고, 조건이 좋아야 하고, 남자보다 여자의 나이가 적어야 하고 등등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십거리가 되는 것들이 많다. 이것들 을 뛰어 넘어 며느리를 받아 들이고 손녀 딸이 이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내 친구의 힘이 무 엇일까 생각해 본다.
결혼을 받아들이고 나니까 며느리도 이쁘지만 손녀 딸이 너무 예뻤다고 한다. 대구가 직
장인 친구는 주말에 서울에 오면 손녀딸 학교로 먼저 달려간다. "할머니가 너 보고 싶어서
왔다"라는 말을 하기가 쑥쓰러워서 복도에서 서성대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다 손녀 딸
을 불러내면 막 웃으면서 뛰어 나온다.
"할머니가 오니까 너도 좋아서 웃니?"
"아니, 할머니
가 오니까 청소 안해서 좋아"
이렇게 섭섭한 소리를 들어도 그저 아이들 보는 것만 해도 좋
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 친구에게 학교에 가서 서성댄다고 "서성 할머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늘 성경 말씀을 실천하려고 애쓰면서 살고, 여성의 인권이나 소외 당하는 사람을 같이 받아 들이자고 강의하면서 사는 삶에서 아들의 결혼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이상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떳떳하게 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결혼식장에서 하객들 모두는 참 감동적인 결혼식이었다고 했다. 두 딸이 꽃 들러리를 서고 즐겁게 꽃을 뿌리는 모습, 내 친구의 시 부모님들, 시집 식구들, 친정 부모 형제들 모 두 멀리 미국에서까지 와서 함께 즐겼다. 저녁에 한 결혼식이라 우리 모두는 늦게까지 잔 치를 하였다.
나는 내 친구의 남편의 등 뒤에 가서 꼬옥 안아 주었다. "너무나 고마워요" 라고. 왜 내 가 고맙다고 말했을까? 서성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식구들에 삶이 모든 사람들에게 잔잔한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윤명선 (편집위원, 공동체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