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강
지난 며칠 간 태풍으로 인해 지역적으로 크고 작은 비가 내렸다. 한 지하주차장의 입구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2-30명의 노숙자들이 비를 피하며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주차를 위해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들 아직도 “노숙자가 있어? 아이엠에프가 끝난지 언젠데? 배가 불러서 그러지, 일손이 없다고 하는데 편하게 살려고 저런다구” 한 사람의 외침에 모두들 입으로 고개로 동의를 한다.
아직도 노숙자는 있다. 아이엠에프 때보다 줄기는 했지만 월드컵 4강을 이루며 세계에 이름을 드높인 지금도 노숙자는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된 원인과는 상관없이 평가하고 생각을 유포할 때가 많다.
요즘 우리 사회의 큰 문제 가운데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고 사용하는 일들로 인해 크고 작은 범죄에까지 연결되는 안타까운 현실들을 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을 당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호들갑을 떨고 카드회사에서도 마지못해 TV광고에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카피를 사용할 정도가 되었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사용,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고통이 얼마나 크기에 그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가?
얼마전 한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30대의 남성으로 생활에는 전혀 불편이 없지만 외관상으로는 표시가 나는 지체 3급의 장애인이다. 장애로 인해 이웃의 시선, 생활의 불편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졸업을 했지만 장애라는 이유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애완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애완동물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를 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2,000여 만원의 빚을 신용카드 회사를 통해 융통하다 결국 파산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도 했지만 그것이 쉽질 않았다. 여러 회사에 원서를 내서 다행히도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신용불량자라는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항상 전산에 자신의 대상들을 확인하고 있다가 회사 등에 입사를 하게 되면 제일먼저 월급을 압류하고 회사에 연락을 하는 등 개인에게도 회사에도 부담을 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회사로서는 부담스럽게 신용불량자를 채용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신용불량이라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그는 가정이 있었다. 비장애인과 결혼을 하여 단란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사업이 실패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취업을 할 수 없고, 수입원이 없던 그에게 젊은 아내의 허드렛일로 생활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가정에는 위기가 오고 결국 그는 무작정 상경으로 결국 노숙자 보호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보호소에서 추천하는 업종도 대부분 노동의 일인데 신체적 장애를 가진 그에게 그나마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곳에서 생활한지 벌써 2주가 되었다. 그는 말한다. “어디서 청소라도 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아내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우리는 이들에게 “노숙자가 있어? 아이엠에프가 끝난 지 언젠데? 배가 불러서 그러지, 일손이 없다고 하는데 편하게 살려고 저런다구 ......” 라는 말을 던지지는 않는가?
* 양 미 강 (한백교회 목사,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상임운영위원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회개혁열린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남편은 한민족선교정책연구소에서 일하는 이철용 목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