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숭 리
내가 속한 교회여성 400여명이 모여서 생명공동체 회복이라는 주제아래 생명밥상과 생태정의를 이야기하고 위기극복의 방법을 찾아보았다. 환경위기 시대의 경건이 무엇인가를 진단하였다. 경건한 삶 지수를 환경점수로 점검하였다. 경건 점수가 좋을 리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에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충격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줄어드는 원인, 즉 사망요인이 한편에서는 체중미달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체중초과 또는 비만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어린아이들 1억 7000만 명 가량이 주로 식량부족 때문에 체중미달이 되어 사망에 이르고 대조적으로 중, 고소득 국가의 어른들 10억 명 이상은 체중과다에 처해있고 북미와 서유럽에서는 매년 약 50만 명이 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과체중의 경고를 받고도 계속 체중이 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개인적으로도 식량부족이라는 단어와 체중미달로 인한 사망이라는 기사는 아주 곤혹스럽다.
빈부격차는 환경위기와 비례한다. 1992년 리오에서 열린 지구환경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을 공식화하면서 산림원칙을 채택하고 기후변화협약을 다루었다. 10년이 지난 올해 남아프리카 요한네스버그에서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담>이 다시 열렸다. 4만여 명(90%가 민간인)이 모인 세계최대규모의 이번 회의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의제는 <빈곤퇴치>였다. 환경문제가 자연파괴, 자원의 고갈, 기후변화의 문제를 넘어서 생태위기의 마지막 현상은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로 인한 빈곤이며 인간의 죽음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환경 위기는 정의의 문제이다. 환경위기는 자연 문제로 인식되지만 자연 파괴는 인간사회에서 정의가 무너졌을 때 오는 현상이다. 정의가 무너지면 지구, 자연과 가난한 사람을 포함한 이웃이 신음하게 되는데 이는 종교의 위기라는 것을 감지해야 한다.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식량을 배분하는데 공정성을 잃고, 따라서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이웃사랑은 불가능해진다. 환경의 위기는 여성의 위기와 뿌리가 같다. 여성은 생명을 낳고 키우면서 자연과 함께 쌍둥이같이 정복과 착취의 대상이 되어 왔다. 환경위기는 정의의 위기이며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여성의 위기 나아가 종교의 위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미 자연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사고 쓰고 버리고 누리고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따라간 생활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만약 전 세계 60억 인구가 누린다면 지구의 생명은 단시간 내에 멸절될 것이 뻔하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음식물쓰레기로 연 15조원을 버린다. 상암월드컵 축구장 30개를 지을 수 있는 돈이고 2천만 북한 주민의 식량보다 많은 483만 여톤에 이른다. 이제는 생명공동체의 위기를 알아차리는 것이 오늘의 경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제일 먼저 생명밥상차리기를 실천과제로 삼았다. 사망의 큰 요인이 되는 우리의 체중과다와 비만을 정의로 다이어트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 노래는 기독교환경연대가 생명밥상을 위해 만든 것이다.
밥 먹는 자식에게
이현주 작사 / 채희동 작곡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주님을 모시듯/ 밥을 먹어라/ 햇빛과 물과 바람 농부까지/ 그 많은 생명/ 신령하게 깃들어 있는 밥인데 / 그렇게 남기고 버려 버리면/ 생명이신 주님을 버리는 것이니라/사람이 소중히 밥을 대하면/ 그게 예수 잘 믿는거여//
밥되신 예수처럼/ 밥되어 살거라/ 쌀 보리 밀 옥수수 물고기에/ 온 만물들은 자신을 제단 위에 밥으로 드리는데/ 그렇게 사람들만 밥되지 않으면/ 어느 누가 생명 세상을 열겠느냐/ 사람은 생명의 밥을 먹고 / 밥이 되어 사는 거여//
* 이 숭 리(새문안교회 권사,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예배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