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께, 출애굽기 3장 1-5절과 관련하여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쭙고 싶습니다. 모세가 자기의 장인 이드로의 양 떼를 치는 목자가 되어, 양 떼를 먹이려고,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을 때(출 3:1), 여호와의 사자가 거기 떨기나무에서 타오르는 불꽃 안에서 나타나지요.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는데도, 그 나무가 타서 없어지지는 않지요(2절). 모세가 놀라, 그 광경을 더 자세히 보려고(3절), 접근할 때 여호와께서 모세가 접근하는 것을 보시지요(4a절).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모세가 대답하지요(4b절).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시고(5a절), 그가 서 있는 곳이 거룩한 땅이니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하시지요(5b절). 다섯 가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1) 모세의 하나님은 산 山에 계시는 분이십니까? 2) 모세에게 말씀하시는 분이 때로는 “하나님”(1절,4b절,5절), 때로는 “여호와”(2절, 4a절)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3)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4) 발을 딛고 선 곳이 거룩한 땅이라는 말은 어떤 땅, 혹은 어떤 일정한 공간이 특별히 거룩한 곳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5) 신을 벗으라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신을 신는 장소와 신을 벗는 장소가 어떻게 구분됩니까? 강원도 홍천에서 김강민 목사

김강민 목사님께,

1) 모세의 하나님은 산 山에 계시는 분이십니까?

그러고 보니, 모세가 자기 장인의 양 떼를 이끌고 온 곳이 바로 산이었네요. 이 산의 이름이 이름이 여기에서는 “호렙”으로 나옵니다만, 이 산이야말로, 이스라엘의 하나님과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산이지요. 왜냐하면 훗날 모세가 하나님이 백성 곧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고 나와서 바로 이 산으로 왔고(출애굽기 19장),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 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고(출애굽기 20장),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산에서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시지요(출애굽기 24장).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는 하나님이 산에 거하신다는 오래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 호렙 산이란 이름은 시내 산이라는 이름과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이름입니다.

2) 모세에게 말씀하시는 분이 때로는 “하나님”(1절,4b절,5절), 때로는 “여호와”(2절, 4a절)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김강민 목사님은 지금 신학생 시절 구약개론 강의실을 떠올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달리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목사님께서 그때 공부하신 것처럼, 오경의 문서가설(文書假說, Documentary Hypothesis)은, 출애굽기를 예로 들면, 출애굽기 안에는 신의 호칭을 “여호와/야훼 Jahweh”라고 적는 J문서, 신의 호칭을 “엘로힘(Elohim, 하나님)”으로 적는 E문서, 역시 신을 “엘로힘(Elohim, 하나님)”으로 적는 P문서, 이상 세 문서자료로 구성되어 있다는 문서가설을 소개받으셨을 겁니다. E문서나 P문서가 둘 다 신의 호칭을 “엘로힘(하나님)”으로 쓰기 때문에 신 호칭만 가지고서 E와 P를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E문서는 하나님의 산을 “호렙”으로 부르고, P문서는 하나님의 산을 “시내”라고 부르기 때문에, 여기 출 3장 1-5의 “하나님”은 E문서로 분류됩니다. 이미 김강민 목사님께서 보신 것처럼, “여호와”와 “하나님”이 섞여나오는 출애굽기 3장 1-5절은 서로 다른 두 본문 전승이 섞여서 편집된 것 같습니다.

3)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지금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2019년 말부터 2021년 5월 현재까지 COVID 19 팬데믹으로 방역 수단 중 하나인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라는 말에 아주 친숙해졌습니다. 우리의 본문 출애굽기 3장 4절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시는 분은 2절에 나오는 “여호와의 사자 使者”가 아니라, 4절에 나오는 “하나님”(엘로힘) 자신이십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모세에게] 나타”(개정 출 3:2)났던 것은 모세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나타났던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먼저 모세에게 하나님이 모세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했는데”(독일성서공회해설 출 3:1-5), 2절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모세에게 나타났던 “여호와의 사자”가 그 임무를 맡았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다음 문맥에서(4절) 여기 “여호와의 사자”가 사막에서 하갈을 방문한 것과 같은 천사(창 16:7.13)가 아니라, “모세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 자신”(미국성서공회해설성경 출 3:1-5)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타는 떨기나무, 마르크 샤갈>

모세는 지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룩하신 분”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더 가까이 다가서면 위험합니다. 그러나 범접해서는 안 되는 “거룩한 거리 Sacred Distance”를 우리가 감히 어떻게 측정할 수 있겠습니까? 매튜 헨리 Matthew Henry는 그의 출애굽기 주석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다만 말씀을 들을 만큼 가까이, 그러나 하나님의 동정 動靜을 탐색 探索하려는 접근은 삼가야 한다/ ”so near as to hear, but not so near as to pry”. 또 달리, 우리가 애창 愛唱하는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1), 이 찬송가 가사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이상적 거리를 암시해주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말 번역과 함께, 영어 가사를 함께 음미하시면 더 풍성한 영감을 받게 되실 겁니다.

4) 발을 딛고 선 곳이 거룩한 땅이라는 말은 어떤 땅, 혹은 어떤 일정한 공간이 특별히 거룩한 곳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장소는 시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거룩하신 분이 그때 거기 계시는 동안 그 시간, 그 공간은, 거룩합니다. 한때는, 지성소 至聖所가, 시공을 초월하여 거룩한 대상이기도 했었습니다. 하나님이 거기 언약 위에 임재하는 한 그곳은 거룩한 곳이었지요. 후대 성전 종교에서는 성전 건물 자체를 우상화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가기도 해서 책망의 예언을 듣기도 했습니다(렘 7:4).

5) 신을 벗으라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신을 신는 장소와 신을 벗는 장소가 어떻게 구분됩니까?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새번역 출 3:5)라고 하는 문맥에서 알 수 있듯이, 모세가 더 이상 접근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나, 그가 발에서 신을 벗어야 하는 까닭이나, 둘 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왜 거룩한가요? 역시 문맥이 말해줍니다. 하나님이 나타나신 곳이기 때문에 거룩한 곳입니다. 모세는 지금 부지불식간 不知不識間에 하나님 계신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룩한 거리두기 Sacred Distancing”의 선을 침범하기 직전입니다. 접근금지 接近禁止와 탈화 脫靴는 하나님의 거룩한 현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같은 본문이 여호수아기(-記)에도 나옵니다.

새번역 수 5:15
주님의 군대 사령관이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너의 발에서 신을 벗어라.”

여호수아가 그대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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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hesedveemet.tistory.com/entry/내-주를-가까이-하게-함은 [GRACE n TRUTH]). 사라 풀러 플라워 애덤스(Sarah Fuller Flower Adams) 작사(1841), 로웰 메이슨(Lowell Mason) 작곡(1856), Nearer, my God, to Thee, nearer to T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