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떡해요?”

나는 지난 20년간 이 말을 학생들에게서 무수히 들으며 지내왔다. 너무도 다양한 사연을 갖고 학생들은 나에게 다가왔다. 새아버지에게서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하고 죽을 결심을 하며 쥐약을 들고 온 아이로부터 동생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고교생까지……. 아이들은 이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손을 내밀고 있었다.

“선생님, 저는 지금 소년원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물론 이렇게 힘든 만큼 저의 죄도 크다는 걸 모르진 않습니다. 선생님, 제가 과연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요? 뒤늦게 후회도 되고,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막상 이곳에 오고 나니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요. 자신감도 없어지고 용기도 나질 않아요. 선생님, 어떡해요?”
“선생님, 친구가 불러서 나갔다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어요. 저는 정말 싸울 마음이 없었는데 옆에 서 있다가 얼떨결에 옆에 있는 의자를 던졌는데 상대방 아이가 그걸 맞고 크게 다쳤어요. 선생님, 어떡해요?”
“선생님, 제가 며칠 집을 나온 사이에 아빠가 쓰러지셨어요. 꼭 저 때문인 것 같아서 미치겠어요. 엄마도 안 계신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제가요, 저도 모르게 1학년 학생 가방을 훔쳐 왔어요. 근데 아이들이 저를 본 모양이에요. 이번에 또 일 저지르면 아빠가 가만 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선생님, 어떡해요?”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다고 저보고 수술비를 만들어 오래요. 제가 어디 가서 그 큰돈을 만들어 와요? 부모님한테 이야기 하면 전 죽음이에요. 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진짜 몰랐어요. 임신, 임신 말로만 들었지 이게 제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 어떡해요?”
“아는 형이 오토바이 따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재미삼아 길에 서 있는 오토바이를 따서 타고 다니다가 걸렸어요.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이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문제아로 찍힐텐데 어떻게 해요 저?”
“며칠 전에 아는 누나하고 이상한 짓을 했어요. 근데 그 뒤로 계속 성기가 따갑고 가려워요. 아무래도 병에 걸린 거 같아요. 그 누나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엄마한테 말할 수도 없고, 공부도 못하겠고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요. 아, 저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아빠하고 심하게 싸웠어요. 아빠는 매일 늦게 들어오면서 나보고만 뭐라 하길래 대들었더니 집 나가라고 해서 그냥 나왔어요. 근데 아빠가 아파트 현관문을 잠그고 다른 데로 가 버리셨어요. 그래서 아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되었어요. 전화해도 안 받으세요. 정말 집 나오려고 나온 게 아니라 그냥 홧김에 나온 건데 이렇게 되어 버렸어요. 엄마만 안 돌아가셨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 선생님, 어떡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이 아무리 하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말려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 결과는 청소년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버겁다. 오늘도 청소년들은 잔소리로 여기면서 어른들의 말들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수습하고 해결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피해 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생님, 어떡해요?” 하며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답은 “결과를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떠안고 감당할 수밖에 없음”이다. 도움을 청해 올 때, 안타깝지만 단지 손잡아 주고, 함께 해주는 일 밖에는 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재미삼아 호기심으로, 홧김에 그냥, 설마 괜찮겠지 하면서 저지른 일들이 자신의 삶을 엄청난 폭풍 속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아이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자신의 미래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음을 미리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친구 따라 잘못된 길을 가거나 친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삶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을 다해 이들을 지켜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