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에 열흘 동안 아내와 나는 처가식구들과 함께 태국 북부 도시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와 치앙콩 치앙생 등을 방문하는 여행을 하고 왔다. 그것은 우선 한겨울의 피한 避寒 여행이었고, 처남 식구들과 두 동서 내외와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처가 식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치앙콩의 비손 Pishon교회와 치앙생의 힘요녹 HIM Yonok교회 같은 현지인 교회, 그리고 한국선교사들이 섬기고 있는 치앙라이 타미라교회(박병윤 목사), 치앙라이의 골든트라이앵글선교사센터 Golden Triangle Missionary Center(배일제 목사)도 방문하였고, 치앙마이에서는 치앙마이한인연합교회(김문환 목사)도 방문하여 그곳 교인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김희원 목사도 만나서 그들에게서 태국 북쪽 고산족의 삶과 사랑과 믿음 등에 관해서 듣고 느끼고 생각도 깊어졌다.

여행하는 내내 나는 25년 전, 1993년 6월과 1994년 5월로 돌아가서 시공을 더듬어 회상하는 시간여행을 했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United Bible Societies의 아태지역번역소위원회 亞太地域飜譯小委員會가 1993년 6월 중순에 치앙마이에서 모였었다. 그 무렵 나는 김병호 金炳昊 작가의 르포 소설 "치앙마이 1-2"를 탐독하고 있었다. 김병호 작가는 오지 奧地 문화 탐험가, 저술가,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12년 동안 UN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의 수석 고문관을 맡아서 일을 보는 동안에 인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원시부족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풍습과 문화를 탐험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고구려는 살아 있다", "치앙마이", "아프가니스탄이여 안녕", "멀고 먼 힌두쿠시", "지상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 "우리 문화 대탐험" 등이 있다

나는 그의 소설 "치앙마이 1-2"를 탐독하는 동안 골든트라앵글 부근의 고산족 高山族 소수민족 중 하나인 라후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 하면,

① 그들 중에는 자신들이 고구려인의 후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고,
② 라후어의 어순이 한국어와 같고(주어+목적어+동사),
③ 한국어와 비슷한 낱말이 있고,
④ 라후어에 “은, 는, 가, 이”같은 조사가 있다는 점들.

치앙마이 회의 기간 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그를 만날 계획을 세웠다. 치앙마이에 도착하던 다음 날(1993년 6월 11일 금요일) 아침에 내가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는 그는 한국에 머물고 있어서 만날 수가 없었다. 대신, "치앙마이 1"의 추천사를 쓸 정도로 김병호 박사를 잘 알고 있는 박윤식 선교사의 전화번호를 알아가지고, 서로 연락이 되어, 나흘 후인 (1993년 6월) 15일 화요일 저녁에 박윤식 목사 내외가 아마리 린콤호텔로 날 찾아왔다. 그를 통해서 라후족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 선교 현황 등을 자세히 들을 수가 있었다.

① 그는 나에게 라후족 방문을 제안했고, 그것은 나도 원하던 것이어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16일 수요일 오전 11시에 라후족 마을 1박 2일로 방문하기로 하였다. ② 미얀마 출신 목사가 산족 소수민족을 위해 성경을 번역한 것을 대한성서공회가 출판을 해줄 수 있느냐는 박윤식 목사의 부탁을 받고, 일단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다만 나는 먼저, 라후어 번역부터 출판하자고 했고, 라후어 번역 출판은 절차를 밟아 대한성서공회가 맡거나 이쪽 지역 태국성서공회나 미얀마성서공회가 맡도록 주선하겠다고 약속했다.

③ 나는 박윤식 목사에게, 우선 지금 읽고 있는 1940년대(?)에 번역된 라후어 성경 LI PHU을 개정하는 작업이 급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6월 16일 수요일 박윤식 목사의 차로 오전 11시에 Chiang Mai를 출발하여 Mae Rim, Mae Tang, Chiang Dao, Fang Chieng Mai, Mae Ai 등을 거쳐, 라후족 마을 Doi Rang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경이었다. 라후 마을이 가까이에 한 곳 더 있다고 하여 간 곳이 Mae Lae였다. 거기에서 어느 라후가족에게 저녁 초대를 받아, 그들의 가정도 방문하고 사는 모습도 보고, 교회 생활에 관한 그들의 관심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밤은 산 아래 마을 Fang Chieng Mai의 Chok Thani Hotel/運都大酒店에서 1박하고 곧바로 치앙마이로 돌아왔다.

다음 날 박윤식 목사가 내외가 피터 목사 Rev. Peter Sutjaibun와 함께 린콤호텔로 나를 방문하였다. 피터 목사는 엊그제 박윤식 목사가 말하던 미얀마 출신 성경 번역자다. Ngochang, Rawang, Naga 등 소수민족 언어 성경을 번역하고 있었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어서 박윤식 목사와 피터 Peter Sutjaibun 목사를 아태지역 성경번역 조정역/Regional Translation Coordinator인 아리체아 박사 Dr. Daniel Arichea에게 소개하고 이 지역 성경 번역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했다. 이것이 1993년 6월, 박윤식 목사와 만난 전부였다.

1년 후, 1994년 5월 6-24일, 치앙마이에서 열린 세계성서공회 3년차번역자웍샵 Tiennial Translation Workshop 기간 동안, 치앙마이 시내 어느 식당에서 김병호 金炳昊 작가를 우연히 만나서 라후족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눌 수 있었다. (나하고 동갑내기인 그는 그 때 나이 54세. 그것이 그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1993년 7월 15일자 편지 역시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되어 버렸다. 4반세기가 지나 2018년 1월에 여기 다시 와서 그가 2005년 12월 치앙마이 병원에서 암 투병 중 향년 65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덤이 치앙마이 어딘가 있다고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2000년대 초에 박윤식 목사가 자기 모교회인 부산 수정동교회 담임으로 귀국했다는 말 듣고, 놀랐고, 아쉬웠다. 놀랐다는 것은, 내가 받은 첫 인상이나 그의 각오는 그가 절대로 라후 족 선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선교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에 넉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라후족을 떠나 부산의 큰 교회 목사가 되다니! 아쉬웠다는 것은 그의 유창한 라후 말이 라후족을 떠나서는 아무 쓸모가 없기에 그가 애써 배운 그 유창한 라후어가 아깝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2018년 1월 여행에서, 박윤식 목사가 한국 목회 10년을 마치고, 떠날 때의 약속대로 다시 라후 마을로 돌아왔다는 말을 현지 선교사로 있는 박병윤 목사에게 듣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박병윤 목사의 주선으로, 태국을 떠나는 당일(2018년 2월 1일 목요일) 점심시간에 치앙라이의 Wiang Inn Hotel 식당에서 그를 만나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그의 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약속대로 그가 다시 라후족을 찾았다는 것에 우리 일행 모두가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그를 통해서 라후족이 하나님의 큰 복을 받아, 받은 복을 나누는 하나님 선교의 전위대(아방가르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