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활의 봄을 맞이했다. 따뜻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미투와 위드유 운동의 바람이다.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해서는 그동안도 수없이 이야기했었다. 대처와 예방법, 처벌에 관한 법제화 운동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들불처럼 타오르진 못했다.

지금은 법조계, 문화계, 경제계, 학계, 종교계를 넘어서 타오르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되고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묵인되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을 깨고 드러내고 치유하고 성추행이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정화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때에 이런 일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2.

그저께 밤에 가까운 친구와 만났다. 충격적인 일이 있다며, 얼굴이 상기된 채 이야기했다. 거의 30년 전의 일인데, 우리가 너무나 착하고 듬직하게 봐왔던 후배가 사실은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후배가 그랬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집에 돌아와서 다음 날 까지 계속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미투운동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쉬쉬하고 감추고 덮어만 두었던 것이 우리 가까운 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성추행을 겪어보지 않은 여성들이 얼마나 있을까? 붐비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 혹은 전혀 저항도 할 수 없는 나이에 가까운 친척에게 혹은 면식이 있는 남자 어른에게 당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남성들에게 우리는 늘 위협을 느끼며 성장해왔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에게 남자와 둘이 있게 되면 그 남자가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사람 예컨대 친척이든, 성직자이든 그 누구라도 믿어서는 안 되고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급적 그런 상황이 되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가르침에 비교적 충실하려고 늘 조심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여자들이 늘 방어적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이 가르침은 얼마나 일방적인가? 지금 낙태에 대한 죄를 여성에게 전부 전가하고 있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적폐청산을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이야 말로 적폐청산 운동이고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본다. 성추행과 성폭력은 범죄이며, 여성은 성적 대상이나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이것은 다른 어떤 범죄 보다 무겁게 다뤄진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3.

골로새서 3장은 옛사람과 새사람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새사람이 되기 위해 바울은 악덕목록과 덕목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악덕목록을 제하고 덕목목록을 쌓아야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이 된다.

악덕목록(골3:5-9)의 첫 번째가 음란이고 이어서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 나온다. 이것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으라고 권면하고 있다. 덕목목록은(3:10-17)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참음으로 이어진다.

악덕목록이 먼저 있고 덕목목록이 이어진다. 이것은 악덕목록을 버리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수많은 여성들은 덕목목록에 나오는 온유와 오래참음의 덕목이 족쇄가 되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며 지냈는지도 모른다.

버리는 것이 먼저다. 집을 깨끗하게 단장하려고 해도 그저 쟁여 두고 있는 물건들을 버리는 것이 먼저다. 악덕목록 1호인 음란의 문화, 성추행과 성폭력을 확실하게 추방하여 새사회로 진입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