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빙공고, 청빙공고, 모시는 글, 요즘 담임목사를 구하는(?) 구인광고 헤드라인이다. 지원자격이나 제출서류를 보면 웬만한 목사는 눈길도 주지 못할 만큼 그야말로 ‘어마무시’ 하다. 어떤 교회는 목회자 부인 소개서까지 요청한다. 세속적 지식수준은 높아졌고 심하게 말해 발에 걸리는 게 신학교요 목사라는 시대이니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각 교단마다 전통이 다르고 법이 다르니 이런 일에 입을 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껍데기만 남았지만 감독제도와 파송제를 전통으로 하는 감리교회 목사로는 영 마땅치 않다.

어느 교회는 최종심사에 오른 후보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주일 낮 예배에 모두 불렀단다. 대부분 현직 담임목사들이었지만 별 반발이 없었나 보다. 오직 한 사람만이 주일 본교회 강단을 비고 갈 수 없다고 선처를 요구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후보자들은 본 교회에서 뭐라고 하고 시험장(?)으로 달려갔을까?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교회는 교인투표 일에 최종심에 오른 두 후보자가 로비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신을 알리는 브로셔 brochure를 돌리며 득표활동을 하게 했단다. 기꺼이 브로셔를 준비해 자기를 알린 당사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래도 초빙공고를 내기만 하면 교회 크기와 관계없이 수십에서 수백 장의 지원서가 몰린다니. 어쩌면 이 글조차 배부른 헛소리로 돌 맞을 소리인지 모르겠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이미 고서 더미에 갇힌지 오래다.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이미 역사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제 그들은 당당한 ‘지식노동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는 교사는 고용주(?)인 학생들의 눈치를 보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교사들 스스로가 쟁취한 결과다.

목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오랫동안 목사에게 가장 불명예는 ‘삯꾼’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뜻만으로 보면 ‘삯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별로 틀린 말도 아니다. 문제는 ‘삯을 받고’가 아니라 ‘삯을 위해서’ 곧 돈이 목적일 때이다. 목회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여겼기에 ‘굶식’을 하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고, 아무도 못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 80년대부터 ‘교사도 노동자’란 주장이 교사들의 입에서 나왔듯 ‘목사도 노동자다’란 주장이 목사들의 입에서도 나온다. 그래서 근로장려금이 인기다. 교인도 목사도 성직 聖職이란 말을 입에 잘 담지 않는다. 무슨 거창한 신학적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몰지각한 일부 목사들 때문도 아니다. 뭐라고 설명해도 자업자득 自業自得 이다. 그래도 아직은 전통이라는 관성 때문인지 ‘채용공고’가 아니라 ‘청빙공고’다. 직원(?)으로 채용된 목사가 긍지가 있을까? 자신들이 ‘채용’한 목사에게서 권위(?)가 느껴지고 ‘채용’한 목사의 권도 勸導에 기쁜 마음으로 승복할 수 있을까? 문득 지난해 어느 세미나에서 강사가 보여준 충격적 사진이 떠오른다. 교인들에게 축도하는 독일(?)의 AI 로봇 목사!

목회자 인사문제가 80년대만 해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 내가 감리교회 목사이니 당연히 감리교회 이야기다. 어느 교회에 담임자 자리가 비면 가급적 지방(감리회조직) 내에서 중진들의 추천으로 옮겨갔다. 첫 목회지에서 나름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어디 부흥이 쉬운가? 모이는 인원은 좀 늘었지만 주머니는 항상 비어있었다. 게다가 결혼까지 하고 보니 또 다른 중압감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눈에도 인품 있어 보이는 낯선 노인이 나와 동년배쯤 돼 보이는 몇 분과 찾아왔다. 같은 지방에 소속된 교회에서 은퇴하시는 담임목사 후임으로 내가 추천되어 말하자면 선(?)을 보러 온 것이다. 내가 섬기고 있던 교회보다 모든 면에서 몇 배가 큰 교회였으니 얼마나 기대가 됐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 교회를 방문해 설교를 해주면, 설교를 듣고 결정하겠단다. 순간 자존심과 현실적 유혹(?)이 교차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설교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그곳에서 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그 노인분이 갑자기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목사님 저희들이 무지해서 결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하시고 부임해 주십시오!” 지금은 상상도 안 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았다. 가난하고 힘에 겨워도 긍지 있는 목사이고 싶다. 그걸 알아준 그때 그분들이 그립다, 이제는 고인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