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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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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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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시대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이가 있습니다. 예언자 이사야입니다. 그의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 날이 오면)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 산에서 만민을 위하여 기름진 것과 오래 저장하였던 포도주로 연회를 베푸시리니 곧 골수가 가득한 기름진 것과 오래 저장하였던 맑은 포도주로 하실 것이[다]”(사 25:6), 물론 현실 이야기는 아닙니다. 묵시적인 상상력이 담긴 기쁨의 연회요 평화의 연회입니다. 이사야는 이를 확증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행하신 이전 일을 회상합니다. “주는 기사 奇事를 옛적의 정하신 뜻대로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행하셨음이라”(사 25:1b). 구약성경이 인간과 하나님을 대조하기 위해 자주 쓰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인간-불성실, 신실치 못함 : 하나님-성실하심, 진실하심]이 그것입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인간은 본시 성실치 못한 종족입니다. 진실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자신이 지은 죄도 기억 못하고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죄악을 은폐 축소 왜곡하기를 습관적으로 합니다. 자신의 죄와 허물을 지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조작·억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혐오와 분열을 부추깁니다. 5·18을 왜곡 부정하고, 세월호 참사를 폄훼하고, 민주화 투쟁을 조롱합니다. 참으로 끈질깁니다. 지치지도 않습니다. 권력에 줄 대려는 자들, 갈라치기로 제 편을 만들려는 자들, 영혼 없는 자들의 태만도 한 몫 합니다. 기억과의 전쟁이 그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인간이 희망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으나 자기 암시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암울한 현실에 처했을 때 어디선가 희망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인간입니다. 이럴 때 하나님의 성실하심과 진실하심을 보라는 게 이사야의 지론입니다. 이사야는 이렇게 망각의 백성들이 자기 죄악의 결과로 절망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성실하심과 진실하심을 기억하도록 설교했습니다. 그리고 고난의 역사를 마치 포도주를 담그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지금 겪는 역경과 시련과 슬픔은 헛되이 버리지 않고 포도주처럼 숙성시켜야 할 보배로 본 것입니다. 포도주는 오래 될수록 불순물과 찌꺼기가 녹아 맑고 투명해집니다. 맛도 향도 좋아집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들의 삶에서도 포도주를 담가야 마땅합니다. 우리가 겪는 역경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모두가 거친 세파에 으깨진 포도알들입니다. 일그러진 행복의 꿈도 억울함도 으깨진 포도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으깨진 포도를 숙성시키기보다 날것으로 먹어 치우려 달려듭니다. 남다른 시련의 날들을 겪었다면 우리들 정신의 샘에서 투명한 영혼의 샘물이 솟아나야 할 터인데 쓴물만 흘러넘칩니다. 우리의 사는 방식은 분명히 먼 미래를 내다보며 포도주를 담그는 방식은 아닙니다. 조급할 뿐이지 인생과 역사를 숙성시키려는 지혜가 보이지 않습니다.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이 늘 찌꺼기가 섞인 쓴 포도주만을 마십니다.
이사야가 하나님의 성실하심과 인간의 불성실을 대조했다면, 사도 바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대조했습니다. “우리의 돌아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니라”(고후 4:18).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모든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그림자 혹은 유출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여기에 하나님의 시간을 포섭함으로써 현실의 역경과 시련을 종말론적인 희망으로 해석했습니다. 바울이 말하는 믿음의 성격이 그러합니다. 믿음에도 깊이가 있다면, 천박한 믿음은 눈앞의 희망에만 매달립니다. 그러나 깊이 있는 믿음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질 장래의 희망을 바랍니다. 오늘날처럼 사악한 말이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눈앞의 희망이 아닌 장래의 희망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간사한 입술에서 나오는 희망이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진실하심에서 희망을 찾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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