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림절입니다. ‘다시’란 반복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삶의 잠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강림절이 매해 습관처럼 반복되는 ‘다시’ 오는 강림절일 것입니다. 그러나 깨어있는 사람에게는 ‘다시’란 없습니다. 오늘 뿐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인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강림절입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처음 경험하는 복된 강림절이 되길 빌겠습니다.

예수님은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자신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깨어 있어라!” 그것이 예수님의 결론입니다. 매일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늘이 그 날 그 때라는 것입니다. 아니, 매일 오늘이 그 날 그 때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깨어있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오늘은 내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첫 날입니다. ‘매일이 새 날이요, 매일이 인생입니다.’

그 날 그 때, 아들은 영광스런 모습으로 구름을 타고 오신다고 합니다. ‘그 날 그 때’ 일어나는 이 신적 변모는 무엇을 상징할까요? 우리는 이에 대해 너무 신화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날이 되면 갑자기 죄인인 우리가 변화해서 흰옷 입은 거룩한 성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희로애락 없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좋은 것만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신데렐라 모델이라고 할까요? 지금 여기 이렇게 탐욕스러운 내가, 그 날 갑자기 순식간에 성인이 된다는 것일까요? 과연 그렇다면 왜 주님은 그 날을 이리도 오래 기다리실까요? 그냥 지금 바꾸시면 되실 텐데 말입니다.

이 영광스러운 모습으로의 변모 Trans- Formation를 저는, 자아초월 Ego-Free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영적수준을 ‘자유’의 경지라고 말합니다. ‘자유’는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동시에 추상적인 단어라, 저는 그것을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자아초월 Ego-Free’이란 단어로 좀 더 구체화하고 싶습니다. 자아를 넘어선 사람이 진정한 자유를 얻은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이 꿈꾸어 왔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도 자아를 넘어선 사람이 얻을 수 있는 땅입니다. 지금 여기가 광야라 할지라도 자아를 넘어선 사람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변화 trans-는 과정을 내포합니다. 자유의 경지로 나아가는 영적수련의 ‘과정’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는 도상 途上입니다.

그러므로 갑작스런 신적 변모는 하나님이 갑자기 우리를 수술하듯 개조해서 변화시킨다는 의미보다는, 지상에서 영원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영적갈망, 의지, 노력이 ‘때가 차면’ 졸탁동시 ?啄同時처럼 하나님께서 응답하셔서, 새로운 존재(실상은 본래의 참 나)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니 이번 강림절은 또 다시 저기 어딘가에서 오실 그분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절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충만하심의 경지까지 충만해져(엡3:19),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육화하는 절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의 눈으로, 그리스도의 의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3차 펜데믹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혼란과 고통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과 폭력이 더 커질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밀려날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엄청난 사건 앞에서 나는 너무도 작은 존재라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한결같이 그랬던 것처럼,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바라보는 일부터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일입니다.

떼제공동체는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도하면서, 몇 명의 형제들이 작은 마을에 모여 그 아픔을 담아 기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함께 손을 모아 기도한다면, 그 마음들이 선한 기운으로 움직이고 그것이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일들을 우리는 너무 가볍게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백신과 치료제, 마스크나 진단키트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물질주의에 깊이 잠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제나 백신조차도 돈벌이 기회로 이용하려는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인류애’야 말로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백신이요 치료제입니다. 한국인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욕망을 내려놓는, 더 성숙한 자유라는 것을 온 세상이 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적 집단무의식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믿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참 자유인의 기도가 고통스런 이 광야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일구어내기를, 또한 주님과 더불어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