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쳤습니다.
한낮에도 밖에 나가기가 엄두도 안 납니다.
엄마는 집에만 있지 말고 아빠랑 사우나라도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날씨가 추워서인지 찜질방에는 사람들이 북적 거렸습니다. 아빠와 나는 매트를 들고 자리를 찾다가 누어있는 아저씨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아저씨는 세상모르고 골아 떨어져 있고 그 옆에는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앉아있습니다. 무척 심심한 얼굴입니다. 아빠가 주무시니까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모양입니다.
나는 꼬마 아이에게 눈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도 말끄러미 쳐다봅니다. 잠시 후 우리 아빠도 코까지 골며 잠이 드셨습니다.
나는 뜨겁지 않은 중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뒤 그 아이가 방문을 열어봅니다. 그러더니 살며시 문을 닫고 나갑니다.
한참 만에 자리에 와서 누웠습니다. 그 아이도 내 옆자리에 와서 눕습니다.
“심심하지? 너도 아빠랑 같이 왔구나.”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누워있는 아이 발을 가만히 쓰다듬었습니다.
아이는 별 반응 없습니다.
“아가, 이거 먹을래?”
사과를 잡숫던 할머니가 한 조각 들어 보입니다.
아이는 도리질을 합니다.
“맛있는 것만 먹나보구나.”
옆자리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아이는 혼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내가 다시 찜질방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이가 달려와 내 손을 잡아끕니다. 벽걸이 텔레비전 옆으로 나를 끌고 갑니다.
“으으.”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며 텔레비전 뒤쪽을 가리킵니다.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습니다.
아이는 아주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한잠 자고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가방 속에 엄마가 싸준 사과랑 고구마가 있습니다. 사과를 한 쪽 먹었습니다. 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먹을래?”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과를 한쪽 주었습니다. 사과를 조금씩 베어 먹었습니다. 삶은 고구마도 꺼내 한 입 먹었습니다. 아이가 또 쳐다봅니다.
“이것도 먹을래?”
아이는 고개를 또 끄덕입니다.
나는 먹던 고구마를 아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내가 마시던 물병을 입에 대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 한 입 나 한 입 나누어 먹었습니다. 갑자기 친해진 것 같았습니다.
“아빠, 집에 가야지?”
엄마가 기다리실 것 같아 주무시는 아빠를 깨웠습니다.
집에 오려고 찜질방을 나섰습니다.
“안 돼, 형 가지마!”
아이가 문 앞까지 달려와 나를 잡습니다.
“엄마가 기다리셔. 가야 해.”
나는 아이 손을 살며시 뗐습니다.
“그래도 가지 마.”
아이가 문 앞까지 따라오며 내 손을 잡아당겼습니다.
찜질방 문을 나서는데 자꾸만 미안했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