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예수님은 예술인생 그 자체이셨다. 예수님은 문학적 예술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자유하며 사랑하며 일생을 사셨다. 구약의 시편을 자주 인용하곤 하셨다. 시편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요, 노래가 아닌가? 제자들, 군중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곤 하셨다. 비유는 문학의 꽃이다. 자연과 깊이 교감하신 예수님이시다. 말씀 가운데 자주 자연을 언급하셨다. “공중 나는 새를 보고, 들에 핀 백합을 보라!”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깃 들 집이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 예수께선 어린아이들, 사람들이 찬송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옆에서 그들을 금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하고 반박하셨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서 제자들과 감람산을 오르실 때, 찬미의 노래를 함께 부르셨다(마26:30). 그러한 예수를 의사이자 화가인 누가는 큰 화폭에 복음서를 담았다.

공자는 음악을 아는 자요 음악을 무척 즐거워했다. 공자는 30대 중반 이웃 제나라를 방문해 한동안 그곳에 머무른다. 당시 제나라는 외국 손님을 접대하는 연회 자리에서, 주나라부터 전해 내려오는 소악 韶樂을 연주했다. 공자는 연회의 자리에서 소악이라는 전통음악을 듣고 감동한다. <논어> <술이편>에는 공자가 제나라에서 소악을 듣고, 배우는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었다고 기록돼 있다. 공자는 “음악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극진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라고 말한다. <논어> <태백편>에선 음악이 모든 것을 완성한다, 라고 했다. “시 詩로 시작하고, 예 禮로 서고, 악 樂으로 완성한다 / 子曰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공자는 사람의 마음속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생각했던 것이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은 늘상 예술을 창조한다. 새들은 노래로서, 나비는 춤을 추며 예술을 창조한다. 나무와 꽃들은 바람에 제 몸을 맡기고 각자의 푸른 잎으로 고유한 향내와 빛깔로 예술을 꽃피운다. 고요한 가운데 한들한들 가볍고 경쾌하게, 비바람이면 거칠고 강렬한 몸짓으로 그리 한다. 우리는 그러한 자연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 안에 사랑이 싹트고 선한 인간 본성이 되살아난다. 우리의 마음이 깨어나고 영혼이 깨어난다.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은 평화이고 정의이고 기쁨이고 사랑이다. 예술 감성을 가지고 예술인생을 사는 사람이 남을 해하리라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힘들다.

삶도 목회도 예술인생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억지나 애씀이 아니라 솔직하고 자연스러움으로! 예수가 말한 내 힘과 내 의지가 아닌 하느님 그분이 이끄셔서 저절로 자라고 열매 맺는(막4:27~28) 은총의 삶, 노자가 말한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하지 않음이 없는 무위무불위 無爲無不爲의 삶, 장자가 말한 구름 따라 달 가듯이 천천히 걷고 노니는 소요 逍遙의 삶 말이다. 예술인생은 분주하지 않다. 욕심을 좇지 않는다. 예술가 아티스트를 보라. 분주한 가운데 욕심을 좇으며 진심어린 시작 詩作을 하고,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할 수 있겠는가? 감성 깊은 미술작품을 낳고 농익은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 예술인생은 몸과 맘이 따로 놀지 않는다. 언제나 제 몸 있는 곳에 맘도 함께 있다. 시선이 밖으로 뻗치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향한다.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너머의 본질을 묻고 본질을 따른다. 예술인생을 사는 즐거움을! 더 많이 걷고 걸으며, 더 깊이 느끼고 공감하며, 주어진 현실에 잘 적응하고 이웃과 함께하며, 믿고 맡기며, 나누고 내어 주며,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며, 그렇게 예술인생을 살며 복음의 길, 진리의 길, 사랑의 한 길을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