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숙 권사님께,

“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

질문 속에 해답이 이미 전제되어 있습니다. 최경숙 권사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이나 “하느님”을 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애국가>를 부를 때는 “하느님이 보우 保佑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부르시고, [공동번역성서](1977)를 읽으실 때 역시 거기 사용된 “하느님”을 부담 없이 읽으시고, [개역한글판](1961)이나 [개역개정판](1998)을 읽으실 때는 “하나님”이라고 읽으시고.... 그러나 기독교 성도 중에는 하나님과 하느님을 엄격히 구별하여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권사님께 몇 가지 정보를 더 드리겠습니다.

1) 기독교의 경전인 신약과 구약을 우리말로 번역하던 초창기(19세기)에는 우리가 지금 문제 삼고 있는 “하나님” 혹은 “하느님”을 중국어 한문 번역을 따라 “상제 上帝”라고도 하고, 번역에 따라서는 “신 神”이라고도 번역하였습니다.

2) 최초의 우리말 번역 ?누가복음?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1882)는 “하느님”을 사용하였습니다. “하느님”은 “하늘”과 존칭접미사 “님”이 결합된 말입니다. “하늘”에서 “ㄹ”이 탈락되어 “하느”가 되고 거기에 “님”이 붙어 “하느님”이 됩니다. 하느님의 형태소 形態素는 “하늘”입니다.

3) 최초의 완역 신약 [예수셩교젼셔](1887)는 “하나님”을 사용하였습니다. “하나님” 역시 그 형태소는 “하ㄴㆍㄹ” 곧 “하늘”입니다. 아래 아(ㆍ)가 아(ㅏ)와 겸용兼用되던 시절입니다.

4) 최초의 우리말 완역 [셩경젼셔](1911)에는 같은 대상을 “하ㄴㆍ님”이라고 표기합니다. “하ㄴㆍㄹ님”에서 “ㄹ”이 탈락된 것으로, 형태소는 역시 “하ㄴㆍㄹ” “하늘”입니다.

5) [셩경 개역](1938)에서부터 “하나님”이 사용됩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출판물에서 아래 아(ㆍ)가 없어지고 아(ㅏ)로 통일됩니다.

6) [공동번역 성서](1977)에서 한국 가톨릭은 “천주 天主”를 양보하고, 개신교는 “하나님”을 양보하여 표준어 “하느님”을 씁니다.

7) 흔히들 “하나님”은 한 분이신 유일신 唯一神을 아주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말 “하나님”은 수사 數詞 “하나”에 존칭접미사 “님”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하나님”의 형태소는 “하늘”입니다. 기독교는 “하나”[一]를 성부 聖父로 고백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태초에 ‘하나’[一]가 하늘과 땅을 만드신 것” 아니고 “‘하나’[一]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신 것” 아닙니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구역] [개역] [개정]), “나는 곧 나다” ([공동번역], [새번역])라고 하시는 그 분은 숫자 “하나”[一]가 아닙니다. 탕자가 아버지에게 돌아와서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개역] 눅 15:21)라고 말한 그 “하늘”입니다.

8) 우리나라 기독교 공동체가 오랜 동안 “하ㄴㆍ님”을 써왔고, 아래 아 자가 없어지면서 “하나님”을 쓰는 것입니다. 익숙한 표기를 아끼고 그대로 유지하고 전승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일신교 一神敎도 아니고 “하나”를 섬기는 믿음도 아니란 것만큼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9) “하나님”이든 “하느님”이든 이것은 보통명사일 뿐입니다. 고유 명사가 아닙니다.

13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서 ‘너희 조상의 하나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고 말하면, 그들이 저에게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을 터인데, 제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14 하나님이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곧 나다 I AM WHO I AM.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기를, ‘나 I AM’라고 하는 분이 너를 그들에게 보냈다고 하여라.” ([새번역] 출 3:13-14).

민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