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많이 힘들었고, 분노했던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어김없이 왔다. 지난 연말연시엔 어느 해 보다 많은 인사말을 주고받았던 것 같다.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나빴던 과거는 애써 뒤로하고, 미래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아, 서로서로를 위로하고 복을 비는 다양한 인사말들이 음성으로, 문자로, 영상으로, 카카오톡으로, 이메일로 전해졌다. 건강하시라, 돈 복 터지시길, 행운이 가득하길, 복 받으시라... 등등. 다 고마운 말이고, 희망이 되는 말들이었다. 어떤 인사에는 음악이 깔려있기도 하고, 어떤 인사엔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 그림이 있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경건해지는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 덕담을 해주고 싶은 ‘바로 그 사람’에 내가 뽑혔다는 고마움도 있고, ‘바로 그 시간’에 보내준 것도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 중 유독 마음에 다가오는 말들이 있었다. ‘지난 한 해, 당신이 있어 행복했다! 새해에는 더욱 기대된다!’ 왜 그랬을까?

이러한 인사말들, 사실 처음 듣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웠다.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고, 그들의 말이 예언처럼,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졌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도 갖게 되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준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특별한 예언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그냥 하는 인사가 아니라, 보장된 미래를 미리 알려주는 거라고, 그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최근 제법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보내던 인사말일지라도 내 상황이 달라지니, 늘상 해왔던 이야기가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주었다. 짤막한 ‘말’ 한마디가 주는 메시지는 강력했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를 아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많은!!’ 깨끗하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날려 보낼 만 했다.

2015년 새 해,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말’ 한마디로 망신을 당하는 사람,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사람, 사업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사람까지 ‘말’로 인한 수난과 부정적인 결과의 예는 참으로 다양하다. 어린 시절 부모나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입고, 평생을 아픈 채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뿐인가, 우리는 여전히 사려 깊지 않은 말로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말’은 말하는 사람에게 나쁜 의도가 없었다할지라도 ‘상처’를 줄 수 있다. 말을 듣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고려가 없으면 말이다.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내가 가해자였을 수도, 피해자였을 수도 있다.

부모로부터 ‘너 같은 자식 없어도 된다.’ ‘다시는 내 눈 앞에 보이지 마라.’ ‘넌 아주 이기적인 나쁜 애다.’ ‘너 때문에 내가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했는데...’ 부모로부터 숱한 부정적인 말로 버림받거나 ‘나쁜 아이’로 낙인찍힌 아이들은 자신들을 아주 쓸모없는 사람으로 믿어버리고 스스로의 미래를 포기해버린다. 학교에서도 이런 일들은 벌어진다.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둘 데가 없어진 아이들은 그냥 될 대로 살아버린다. 못 살면 죽어버리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부모가 따뜻하게 잡아주기를, 선생님이 위로해주기를, 누군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진짜로 바라고 있다. 나처럼, ‘네가 있어 우리는 행복했다. 넌 잘 될거야, 너를 믿는다.’ 이런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자기 안에 있는 잠재력을 찾아내고,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은 말썽꾸러기이고, 거칠지만, 그래도 자기 안에 조금은 남아있는 ‘좋은 불씨’를 애써 찾아, 풀무질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상담자원봉사자들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배웠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말을 정성껏 들어주고, 마치 자신의 일인양 마음아파하면서 ‘당신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었겠다...’, ‘지금껏 지내온 것도 대단하다...’, ‘당신은 특별하다.’, ‘당신은 할 수 있다.’... 일견 쉬워 보이는 말이지만, 영혼을 담아 믿음을 건네는 이러한 말들 때문에, 많은 비행청소년과 문제청소년, 부모들이 힘을 얻고, 새 길을 모색하게 된다. 나는 내 주변에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많아 힘을 얻고, 행복하다. 서로 세워주는 말이 풍성한 2015년이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