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는...?
하지만 지금까지 내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한 충분한 자각은, 자기 기억의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처럼 이미 늘 내 안에 있었는데...

모든 종류의 자기 부인과 빈번한 자기 독려를 통해 성취한 나의 내적 능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한줌 공기만큼의 영향력이라도 필요한 지금, 내 존재를 위해 그것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다! 할 수 없다!... 여기 무엇인가가 맞지 않다! 2)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땐 이성의 영역에 있는 모든 것이 비논리적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활기찬 의식적 노력과 자발적 고난 intentional suffering의 가능성이 아직 퇴화되지 않았다!... 모든 과거의 사건들을 따라 나는 아직 존재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기를!.. 그리고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내 존재는 나의 개인적 이기주의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안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제로 내 존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필요하다; 그들이 바라는 오늘의 지복과 행복보다도 더 필요한 것이다. 나는 아직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그렇다! 3)

내가 우연히 배운 (과거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내면세계의 신비에 대해, 나 자신과 유사한 우리 한 아버지의 다른 피조물들과 공유하기를 바라며 쓴 교육적이고 마지막 책이 될 이 세 번째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 시작된, 정확히는 7년 전 오늘 나에게는 마치 꼭 그날처럼 보이는 미친 상태 같은, 위에 언급한 자기-관찰 self-reasoning의 열망이, 인간 지식 집단의 이해할 수 없는 관습에 의해 지금 다시 점화되었다. 4)

이 환상적인 독백은 1927년 11월 6일 이른 아침 파리 몽마르뜨의 한 나이트 카페에서, 나의 “어두운” 생각들로 인해 기진맥진 피곤해져 집에 돌아가 잠깐이라도 한 번 더 잠을 청해봐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일어났다. 당시 내 건강은 나쁜 편이었는데, 그날 아침에는 특히 끔찍했다. 그 끔찍한 아침은 지난 2~3주 동안 24시간 중 한 두 시간 밖에 자지 못했고 더구나 지난밤에는 한 잠도 잘 수 없었기에 더욱 괴로웠다. 그런 과도한 불면과 내 장기의 일상적 주요 기능 장애의 근본 원인은, 나에게 예기치 않게 일어난 딱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한 막막한 생각이 내 의식 안에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이었다. 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대강이라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저술을 시작한 후 3년 이상을 거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며 출판을 해냈다. 끊임없는 자기 채찍질과 더불어 이 책들을 쓰기 시작하기 직전에 당한 자동차 사고 때문에 나는 매우 아팠고 약해졌다. 당연히 그래서 어떤 활동적인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내 자신을 편히 쉬게 하지 않고 매우 열심히 일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내 의식 속에 매우 초기부터 형성된 다음의 고정관념에 들어있는 요인들 덕이다:

잔느 드 잘쯔만 Jeanne de Salzmann
번역: 산돌학교 이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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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르지에프가 말하는 몇몇 개념들은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번역과 함께 그런 개념들에 대한 소개와 역자의 해설을 덧붙인다.

의식의 깨어있음에 대하여
“당신 자신 내부에서 의식의 나타남과 사라짐을 관찰함으로서 당신이 지금은 볼 수도 없고 깨달을 수도 없는 한 가지 사실을 필연적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의식의 순간들이 매우 짧다는 것과 이 순간들은 인간기계의 완전한 무의식적이고 기계적인 작용의 긴 간격에 의해 끊겨 있다는 점입니다.” “당신의 근본적인 오류는 당신이 언제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일반적으로 의식은 항상 현존하든지 절대로 현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있습니다. 실제로 의식이란 계속하여 변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방 있다가도 한순간 사라지고 없습니다.”
“의식과 의식의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의식의 가능성 뿐이며 그러므로 가끔 섬광처럼 의식을 가질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식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관찰과 자기기억 self-remembering에 대하여
“당신은 ‘당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당신 자신을 느끼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합니다. 당신에게는 ‘그것이 말하고’ ‘그것이 생각하고’ ‘그것이 웃는’ 것처럼 ‘그것이 관찰합니다.’ 관찰하는 것은 나이고 알아차리는 것은 나이며 보는 것이 나라는 것을 당신은 느끼지 못합니다. 정말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로지 자기 기억에 수반되는 결과만이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관찰에서 당신 자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자신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을 정말 안다면 그는 이미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 가까이 가 있는 것입니다.”
『구르지에프의 길』, P.D.우스펜스키, The 9, 7장.

해설
우스펜스키는 유럽과 서구의 심리학이 일반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 왔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은유적이 아니라 절대적인 현실로서, 우리는 깊은 잠 속에서 살고 행동하고 따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우리가 노력하면 우리 자신을 기억할 수 있고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르지에프의 자기 기억은 의식의 깨어남과 같은 말이다. 의식이 깨어난 그 순간만을 우리는 기억하게 되며 나머지는 어떤 것이 일어났다는 것만 느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구르지에프는 존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의식의 깨어남과 자기기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한다. 그는 수련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이성적 노력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하는 역설적 현실을 본다.

3) 자기기억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수련을 포기하거나 소홀하지 않도록 구르지에프는 독려한다. 그가 말하는 활기찬 의식적 노력과 자발적 고난은 그가 과거에 어떤 수련을 해왔는지를 담아내는 말이며, 여전히 그렇게 살겠다는 의지의 말이기도 하다. 기계적인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의도적인 고난으로 밀어 넣는 그의 현존이 인류가 얻는 어떤 물질적인 이로움보다도 더 소중한 축복임을 그 스스로 자각 할 만큼 구르지에프는 깨어있었다. 이는 마치 예수께서 세상에 있어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아셨던 것과 같다. 자기 존재의 이유, 삶의 이유를 깨달은 스승이라 부를 수 있다.

4) 잠들어 있는 인간의 지식이란 그 내용이 무엇이든 기계적인 허구일 뿐이다. 잠들어있는 인간의 의식을 일깨워내고자 하는 구르지에프의 열망이 이 글을 쓰게 한 동기였음을 잘 보여준다. 이때가 61세 때였다. 7년 전 그는 건강이 심각하게 쇠약해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며 『베엘제부브』에 박차를 가했었다. 그때의 열정을 떠올리며 이 세 번째 시리즈를 시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