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정신을 집중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하였다. 이는 흔히 하는 말로 ‘정신을 차린다’는 말을 강조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이런 말로 사람들을 깨우치려 하는 뜻은 첫째,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도록 하자는 것과, 둘째,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모든 기능이 원활하게 제 구실을 하게 만들자는 데 있다.

이를 위하여 에니어그램 수련에서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을 배우며 익힌다. 자기 수련 Work on Oneself에 있어서 이 둘은 양날개 또는 두 수레바퀴에 비유되는 만큼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핵심에서 동력 엔진처럼 작용하는 정신집중이 있어야 한다. 실상 ‘어느것’이 먼저냐 또는 ‘어느것’이 더 중요하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심으로 말하자면 상관중심 relational centers이고, 함께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함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치 자동차에 있을 것이 다 있다 하여도 연료가 없으면 꼼짝달싹 못하고 운행을 할 수 없듯이,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이 중요한 것도 알고, 그 수련 방법까지 알아도, 정신집중이 안 되면 아무 소용도 없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 대전제이다.

이를테면 자기관찰을 할 때, 먼저 정신집중이 얼마나 되고 있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내가 뭔가를 관찰할 때 그 대상에 대하여 어느 정도 집중해야 관찰이 된다. 그러나 관찰이 제대로 되려면, 관찰 대상인 객체 object에 대하여 집중하는 것과 똑같이 관찰의 주체인 나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한다. 이를 화살로 표시하자면 첫째 경우는 ‘나 → 관찰 대상’형태로 집중된다. 둘째 경우는 ‘나 ↔ 관찰 대상’형태로 집중이 양방향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관찰자와 관찰 대상에 대하여 집중할 때 그 집중력 Attention이 높아지려면 여러 중심 즉, 지성 중심 Intellectual center, 감성 중심 Emotional center, 본능 중심 Instinctual center 사이에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의 수준을 말할 때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진 제4의 수준을 가리키는 것은 바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을 두고 말한다 하여도 틀림이 없다.

정신 집중이 안 되는 가장 큰 까닭은 여러 중심들 사이에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하나는 배제되고 다른 중심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생각(Thinking, 이하 T), 느낌(Feeling, 이하 F), 행동(Doing, 이하 D) 등이 각 중심을 나타내는데 조화와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는 이들 중 한 가지는 배제된다. 그래서 집중이 제대로 안 된다.

따라서 정신 집중을 잘 하려면 수련해야 하고, 그 능력을 길러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성 중심을 북돋우며 집중력을 배양하는 일이다. 자연히 생각할 때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각하면서 흔히 기계적으로 생각하거나 습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의 틀에 따라 관성에 의해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정신 집중이 잘 안 된다. 집중력 훈련 과정을 분석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뭔가 한가지에 집중하라고 할 때, 생각을 해도, 느낌을 가져도 그 집중하는 대상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거기에 집중하는 동안에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생각들, 이른바 잡념들이 시시때때로 끼어든다. 따라서 정신이 분산이 되고 집중이 안 된다.

여기서 보는 것처럼, 집중력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습관이 잘못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중할 때는 ‘집중하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런 습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중한다고 해도 잡념이 끼어드는 것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니까 집중력이 떨어지고, 집중이 단절되거나 잡념 때문에 분산 되니까 그만두게 된다.

에니어그램 수련에서 내적 고찰 Inter- nal considering은 하지 말고 외적 고찰 External considering을 하라고 말하는 까닭도 이것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외적 고찰은 ‘나 ↔ 관찰 대상’형태로 집중되기 때문에, ‘나 → 관찰 대상’형태로 나타나는 집중보다 적어도 갑절의 노력으로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과 정신 집중 또는 주의력 집중 사이의 연관성을 살피면, 처음에는 생각으로 말미암아 집중이 시작된다. 그러나 같은 지성 중심 안에서도 생각과 주의력 집중은 각기 기능이 다르다. 그것은 집중하지 않으면서도 생각이 가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이나 주의력을 집중하면 생각은 더 잘 되고 깊어진다.

어떤 기능은 주의력을 집중해야만 잘 되는 반면에 상상은 집중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다. 주의력을 집중하고자할 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주의력 집중이나 정신 집중은 에너지의 여분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면, 피곤하고 지쳐있거나 마음이 불안하고 어수선할 때 실수나 사고가 빈발한다. 그것은 곧 주의력을 집중할 에너지의 여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격정에 사로잡힐 때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격정 때문에 걸려 넘어지거나 함정에 빠진다. ‘격정에 사로잡히면, 무익하다’고 한 말도 따지고 보면 정신이나 주의력의 집중이 떨어지니까, 생각과 느낌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더욱이 행동과 균형이 맞지 않게 되니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고” 있는 것이다.

주의력 집중이 잘 안되니까 결국은 에너지를 주로 쓸 데 없는 곳에 쓰게 된다. 불필요하다고 불쾌한 감정에다 에너지를 쏟는다거나 불쾌한 일이 생길까봐 ‘기대 섞인 염려’를 하거나, 기분 나쁜 일이나 사건들을 되풀이해서 생각하거나 짜증나는 일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불쾌한 상상이나 공상을 한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만큼 결과적으로 주의력 집중은 안 된다.

에너지가 남용되고 주의력이 집중되지 않는 것은 내면에서 여러 중심들 사이에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요, 따라서 T, F, D가 불균형과 부조화 속에서 제각기 기능하니까 이른바, ‘정신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말하고’, 생각도 느낌도 없이 몸이 굳거나 근육이 긴장한다. 이런 현상이 강해지는 만큼 정신도 주의력도 집중이 안 되고 그래서 부조화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문제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주의력 집중이 얼마나 안 되고, 그것이 안 되는 만큼, 우리의 에너지가 얼마나 낭비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발견해야 한다. 집중력을 높이는 것만큼 우리의 에너지는 조화와 균형 속에서 올바르게 쓰이기 때문에 선순환이 시작된다. 따라서 주의력 집중을 위하여 노력을, 새롭게 수련을 시작할 때 먼저 여유 있게 에너지를 활용해야 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상의 습관적인 활동과 생활 속에서는 주의력 집중 수련이 그리 쉽지 않은 까닭에,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먼저 아침에 명상 수련과 호흡 수련을 통하여 주의력 집중 수련을 하고, 차차 좋은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느 때나 집중하는 상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