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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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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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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사가는 솔로몬에 대해 곱게만 보지 않습니다. “솔로몬이 애굽의 왕 바로와 더불어 혼인 관계를 맺어 그의 딸을 맞이하고,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의 아버지 다윗의 법도를 행하였으나 산당에서 제사하며 분향”(왕상 3:1-3)했다는 기록이 그러합니다. 역사가의 눈에 비친 솔로몬은 자신의 치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은 사람입니다. 주변 나라들과의 정략결혼은 자신의 왕궁을 처첩들로 차고 넘치게 했습니다. 그가 왕이 되고서 ‘여호와를 사랑’하면서도 지혜를 구하기 위해 산당에서 일천 번의 번제를 드렸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산당 제사는 이스라엘 신앙 역사에서 패악과 배교의 상징으로 늘 혁파의 대상이었습니다. 마침내 역사가는 솔로몬을 향해 “여호와의 눈앞에서 악을 행한”(왕상 11:6-8) 왕으로 기술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일삼은 솔로몬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요한이 기술하고 있는 예수의 모습과 견주어 보면 세상이 ‘지혜의 왕’이라고 칭송하는 솔로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납니다. 예수는 당신을 지칭해서 “하늘로서 내려온 떡이다”(요 6:41) “내가 생명의 떡이다”(요 6:48)고 하십니다. 인간이 밥을 먹어야 하는 존재인 것을 생각하면, “내가 생명의 떡이다”는 말씀은 당신의 희생을 담보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솔로몬은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산 아이를 두 쪽으로 갈라 ‘공평하게’ 나눠 가지라고 했습니다. 예수는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이들에게 당신의 희생을 담보했습니다. 이로 보면 솔로몬의 지혜는 전략적이지만, 예수의 지혜는 미련하기 짝이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생명을 먹여 살리는 밥이란 원래 그러합니다. 밥은 잘 씹히고 소화되어 체내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합니다. 밥이 씹히지도 않고, 소화되지도 않고, 중금속처럼 체내에 남아 있으면 그걸 먹은 사람은 큰 해를 입습니다. 우리는 지금 ‘경제’를 제일가치로 여기는 난폭한 시류 가운데 있습니다. 경제만 잘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하겠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기를 위해 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내가 배불리 먹으면서도 나는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공한 것이고, 부자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권력자들은 이제 모든 사람을 부자 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시쳇말로 나는 배불리 먹으면서도, 먹히지는 않는 사람이 되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 경제가 잘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들은 더 고단할 것이고, 배불리 먹는 사람들은 신바람이 날 것입니다.
오늘날 솔로몬처럼 지혜를 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떡을 구하는 이들, 삶의 본질을 구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공하려는 사람은 많으나,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입니다. 솔로몬은 지혜가 출중했을지는 몰라도 세상을 평화롭게 못했습니다. 산 아이를 두 쪽으로 갈라서라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려 했던 솔로몬의 냉혹한 지혜는 제 아버지 다윗이 세운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은 결과를 초래했을 뿐입니다. 영혼이 맑지 못한 지혜는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뭇 생명의 밥이 되는 헌신만이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합니다. 생명의 밥으로 오신 예수는 “다투지 않고, 들레지 않고,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마 12:19-20) 분입니다. 약한 자를 배려하는 품성이 그러합니다. 그의 행차는 요란스럽지 않았고, 그의 목소리는 위압적이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자기 영혼의 궁핍함을 돌아볼 줄 모르는 지도자들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상처는 아물 날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기 전에 생명의 떡이 되고자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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