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제나’는 ‘즐거운 나’라는 뜻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이다.「관악주민연대」의 ‘여성 성장학교’의 수료생들인 장미· 이슬· 진달래· 엄지맘· 초록· 푸른숲· 보라· 하늘· 도나· 하늘이· 미루나무· 바다· 새봄· 해바라기· 사랑(다들 별칭을 사용)이 만든 ‘라온제나’….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삶의 경험이 전혀 다른 주부들이 모여 자기를 알아가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서로 마음을 열어간다.

이들은 3년 전에 내 가정만을 잘 지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나보다 못한 이웃에게 눈을 돌려, 서로 나누고 도와가며 살아가자는 데 뜻을 같이하였다. 주요 활동은 독거노인이나 모자가정, 돌볼 가족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죽·국· 반찬· 빵 등 먹거리 지원, 상담, 병원 모셔가기, 청소, 간병인 연결, 수급자 신청, 경제적 후원자 연계, 한글 공부 등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만나 온 분들 중에는 병으로 세상을 등진 노인 분들도 계시는데, 간암으로 고생하시던 할머니께서 운명하시기 직전에 “내가 너희들 덕분에 이나마 살고 간다. 고맙다”라고 말씀하셔서 ‘라온제나’회원들의 마음이 참 아팠다. 발 디딜 틈 없이 어질러진 집안에 방치 된 아이들이나 뇌성마비로 거의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는 아이에게 빵을 가져다주면 ‘야! 빵이다!’ 라고 환호하며 좋아하는 모습, 서너 가지의 반찬을 정성스레 준비해 가져가서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들의 큰 기쁨이다.

홀로 사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문을 열기가 무섭게 “어여 들어와 앉아”라고 하시는데, 사람이 그립고 말 상대가 없어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고자 하신다.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 듣다보면 한 시간은 후딱 가버리고, 다음 일정 때문에 일어서면 손을 꼭 붙잡고 놔주질 않으려 하신다. 이럴 땐 정말 가슴이 아프고 죄책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하는 김숙희 회장에게서 ‘라온제나’의 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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