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이었다. 인생에서 큰 어려움을 만나 안간힘을 쓰며 이겨보려 노력하던 중 아주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의 일원이 되었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결손가정이란 소리가 나오면 언제나 마음이 쿵 내려앉는 나에게 내친척보다 더 사랑해주는 공동체로, 그들에게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며 나도 하나님을 알고 느끼게 되었다. 내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고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그들이 있어 너무 가난해야 함에도 실은 말할 수 없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았다.

4년전 어느 날 공동체가 하나 둘씩 떠나가게 되어 같이 힘주고 같이 울어주던 분들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도 방황이 시작되었고 여기 저기 기웃거려도 도저히 섞여지지가 않았다. 옛날의 즐거웠던 때만 그리워지고 공동체 활동이 없는 교회생활은 의미를 잃어가게 되었다. 급기야 인터넷설교에라도 갈급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나는 길거리에 홀로 버려진 것 같고 어디를 봐도 내가 의지할 곳이 없어 심한 허탈감에 빠지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세상의 파워를 가지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일에 열중하면 할수록 허전함은 더욱 더 심해만 갔다.

그러던 중 윤명선 전도사님과의 만남으로 한양대학교회 창립준비기도회에 나가게 되었고, 다시 그 나눔의 공동체에 합류하였다. 오랜 방황이 끝나면서 너무나 교제가 그리웠던 나는 전도사님이 속한 모임을 따라 나서게 되었다. 예배후의 나눔의 시간, 속회예배, 여신협의 성서공부 등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별히 여신협 모임에 나가면서 나의 선입견이 무너지게 되었다. 여성신학자하면 개량한복에 여성동맹 위원장 동무 같은 그런 사람들로 각인되어있었는데, 막상 여신협 모임에 참여해보니 종교라는 틀에 갇혀있는 고루하고 답답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도리어 너무도 자유롭고 생각이 트여있어 어떠한 이야기도 다 포용되는 것이 놀라웠다. 나아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학적 지식을 나누어주실 때의 새로운 깨달음은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더욱 좋았던 것은 여성신학자의 길을 가는 젊은 여성들과의 만남이다. 20대와 70대의 연령차가 있음에도 아무런 거리감 없는 나눔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름답다. 지금은 그들과 만나는 날을 사모하게 되었으며 이 기쁨을 나와 같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진다.

얼마전, 미국에서 은퇴한 한국인 2세들(셀리, 린다, 히데, 기쿠)이 오셨다. 그분들의 부모님은 흥사단 맴버로 안창호 선생님과 같이 미국으로 가셔서 독립운동을 하며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며 사신 분들이셨단다.

윤전도사님은 안산 집을 석달간 통체로 빌려주시고 나와 같이 매주 수요일엔 같이 여행도 하고 그들이 가고 싶은 곳이나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곳을 가보며 함께하고 있다.

며칠 전엔 이들과 함께 필리핀의 윤인선 선교사님을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앤이 합류하였는데, 그녀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간호사로 일하다 얼마 전에 은퇴하여 필리핀에서 선교하고 있는 아들을 보러 왔단다. 우리와 같이 선교지를 돌아보고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같은 마음으로 듣기도 하며 4박 5일을 함께 했다. 선교지에서의 만남은 특별했다. 어디서도 말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밤새 털어 놓으며 우리를 붙잡고 있는 고통에서 자유함을 얻었다.

여행도 하고 나눔도 함께 하면서 우리의 사랑에 감격하고 있던 셀리는 남을 돕느라 자기형제들을 잘 돌보지 못하셨던 어머님을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우리 공동체를 보면서 자기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내 안에 예수님이 마음껏 활동하시게 하는 일은 혼자서는 멋쩍고 용기가 없어서 할 수 없지만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사는 데만 치중해 근엄하고 경건해야만 할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 마음껏 함께 사는 일을 즐길 때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은 그때부터 활동하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