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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C역 근처에 국밥집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다름아닌 삼거리 국밥집,
가게 주인 할머니는
병신 딸 춘자 씨와
평생을 함께 산다.

어느 해 봄날 아침
갑자기 양딸이 됐다는 춘자 씨는
입도 돌아가고
눈알도 돌아가고
두 손 발 모두 뒤틀려
외로 조금씩 돌아간 사람이다.
게처럼 옆으로 걸으며
국그릇도 나르고
그러나 언제나 웃으며
청소도 하고
때로는 수십 마리
개어미 된다.
외눈박이,
세 발 강아지,
갖가지 병신 개들
가게 뒷곁 공터에 모여 사는데
춘자 씨가 밥 먹이고 돌보기 때문이다.
주인 할머니 양순 씨도
고것들 불쌍하고 가여워 어느새 개할미 되고
그래서 그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오늘은 모처럼 그네들 사연이나 들어보자!

양순 씨는 애당초 개성여자다.
어떤 이 얘기로는 개풍처녀다.
여자치고 한때 처녀 아니었던 이 있나.
여하튼 양순 씨는 이북이 고향이고
‘개’자 든 동네에서 살았던가 보다.
이북이나 이남이나 다를 바 하나 없지
땅 밟고 하늘 이고 사람이 사는 세상
어느새 세월이 흘러
양순 씨 시집가서 첫딸을 낳았는데
돌 지난 지 얼마 후에 열병에 걸렸구나.
열병을 앓아도 그냥 앓다 일어나면
잠시잠간 애 끓일 뿐 무슨 상관있겠는가,
홍역치레인가 싶어 하루 이틀 지내는데
산토끼똥 구해다 달여 먹이고
그러다 낫겠지 싶어 사흘 나흘 보냈는데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눈 뒤집고 버리적거리더니
게거품 내뿜으며 사지가 돌아가더란다.
입도 돌아가도
두 눈도 돌아가고
두 손 발 모두 뒤틀려
왼쪽으로 조금씩 돌아가더란다.
전해 듣는 얘기가 대개 그렇듯
그런 경우 병이 나면 백약이 무효,
용타는 의원들 모두 고갤 흔드는데
그 무렵 서울 용산 근처
신묘한 의술 지닌 이 있다는 소문 들려
넋 놓고 앉아 있던 양순 씨 벌떡
일어서게 하고,
하루 이틀이면 돌아오겠거니
약값만 품에 지닌 채 집을 나섰네.
몇 날 며칠 걸었던가 용산 근처 당도하니,
소문 듣고 찾아온 병자 양순 씨 외 한둘인가,
그야말로 장사진인데 순서딱지표 한 장씩 받아들고
여관잠들 자는구나.
약값을 쓸 수 있나,
노잣돈을 쓸 수 있나,
숙박비 따로 없고
밥값 또한 따로 없다.
양순 씨 생각다 못해 국밥집에서 식모살이,
불쌍허다 우리 아기,
병신자식 어쩔거나,
손 터지고 발등 붓고 겨울 한철 보냈구나.
딱지순서도 오기 전에 38선 굳어지고
철조망은 녹이 슬고 세월은 흘러흘러
양순 씨 가슴 숯덩이가 되었구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