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 기독교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그 땅끝이 어디인가?

며칠 전에 연변에 갔다 왔다. 두만강을 가로 지르는 도문의 다리 가운데에 섰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이다. 가운데에 줄을 그어 놓은 색깔이 이쪽과 저쪽이 다르다. 중국 사람은 경계선을 넘어 저쪽으로 가는데 우리는 더 이상 나가지를 못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여기가 땅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몸이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땅끝이다. 그런데 몸이 갈 수 없는 곳만 땅끝일까? 몸은 자유롭게 갈 수 있더라도 마음이 갈 수 없는 곳도 땅끝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무수한 땅끝을 경험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해가 잘 안 되는 일, 용서할 수 없는 일들, 비상식적인 일을 저질러 놓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며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전혀인식하지 못하며 사는 사람들,?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이나 자성도 없이 자기가 잘못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일, 그 모두가 땅끝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땅 끝에까지 가서 예수님의 증인 노릇을 하랜다. 정말 잘 안 된다.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외면하는 것이 낫지, 용서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어떤 단체에서 몇몇 사람들이 자기들의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다 내어 쫓아 내고서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한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서 너무나 기뻐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런 것이 마치 승리라도 되는 양 단순하게 기뻐할 일일까? 예수님도 이일에 대하여 기뻐하실까? 그들은 예수를 증언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정말 증인들이라면!

그들이 증언해야할 땅끝을 제대로 알아 차렸으면 참 좋겠다. 그러나 그들이 내 쫓았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땅끝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너무나 자기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때문에 기가 막혀서 대들어 싸우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단다. 바로 땅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주랬지, 겉옷을 달래면 속옷까지 주랬지!’ 차라리 그렇게 갖고 싶다면 다 내어주고 툭툭 털어버리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자리도 내어 줄 수 있고, 돈도 다 줄 수 있고, 일감도 다 주어 버릴 수 있다. 200명이 하였던 일을 자기네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여남은 몇명에게 다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땅끝에서 예수의 증인 노릇을 어떻게 해야할런지……. ?양쪽 땅끝에 서있는 사람들이 다 예수의 증인 노릇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일진데…….

공동체를 이루어내며 잘해보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폭탄을 퍼 부은 것 같은 사건을 만든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며 살아야하는지?

똑같은 방법으로 창피를 주고 싶기도 하고, 틀린 점을 낱낱이 파헤쳐서 옳고 그름을 밝히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말자. 지금은 그냥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대로 하게 놔두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라도 새롭게?재미있게 살자며 말을 하고 있다. ‘그래, 잘잘못을 우리가 따지지 말자, 역사가 살아 있다면?증언 해 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 증명이?될 것이다’ ‘시민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그 운동체의 주인인가? 그건 말도 안돼’ ‘처음 전세 들어 살다가 방 빼 나간 사람이 나중에 전세 든 사람한테 와서 가구를 이쪽에 놓으시오. 저쪽에 놓으시오, 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수준이 이런데 뭘 어떡해? 후배들이 논문 쓰겠지’ ‘부정적인 에너지로 힘 빼지 말고 앞으로 할일이나 생각합시다.’ 답답한 가운데 이런 말을 주고받지만 ‘땅끝 증인’은 아직 해결이 안 되는 것이 아쉽다. 모든 것 주자고 한다면 마음도 주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