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한양대학교회에 속한 공동체 성서연구 모임이 있다. 몇 년 전 처음에는 각 기초 공동체 대표들이 공동체 경험이 많은 윤명선 목사님 댁에서 월 1회 모여 먼저 밥상을 나누고 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 분 한 분 빠지면서 선교위원회 위주로 네다섯 명의 모임으로 운영되다가, 작년부터 교육위원회 몇 명이 합류하였고 횟수도 한 번 늘려 월 2회 모이고 있다. 어떤 때는 부부동반으로 참여하여 12명이 모인 적도 있었으나, 평소에는 7~8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지난달인가의 일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멤버가 미취학의 어린 조카를 우리집에 동반하였다. 사실 이 아이와 그의 오빠를 교회에서 수년 간 종종 봐왔다. 나는 원래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왠지 모르지만 그 남매에게 나의 사랑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자기방어 기제가 높은 아이들이어서 그랬을까? 어쨌든 아이의 엄마가 1학년이 된 오빠를 어디 데려다줘야 하므로 당분간 고모가 성서연구 시간에 돌봐줘야 한다고 했다.

어른들이 뜨거운 차를 마실 때 아이가 좋아할만한 쥬스와 쿠키를 내주며 개를 쓰다듬게 하고 안아보게 하며 긴장을 풀었다. 아이 스스로도 준비해온 그림 도구와 영어소리책으로(이 때는 부엌에서...) 우리를 방해하지 않고 잘 놀았다. 가까이서 대해보니 딱히 나무랄 데 없는 아이였다. 우리들도 은혜의 시간을 나눈 후 헤어질 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 배웅하며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왔다.

다음 모임에도 또 그 다음 모임에도 아이가 참석했고, 이제는 어엿한 멤버가 된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나를 더욱 신뢰하는 것 같고, 나는 이 아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지난번에는 우리가 기도할 때 내 옆에 앉아 있다가 기도 끝날 때 큰소리로 아멘!이라고 하여 우리는 기쁨과 사랑스러움으로 웃으며 칭찬해주었다. 이런 변화를 보시는 주님도 기쁘셨겠지…! 큰 은혜였다.

이렇듯 어른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어린아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라’는 말씀을 실천함과 동시에 어린이의 기를 받고, 아이는 사랑과 신앙과 예의범절을 배우니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의 묘미라 할 수 있겠다.

Ⅱ

몇 번의 이사와 출석 교회를 바꿨음에도 예전 교회에 속한 구역예배에 아직 참여를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서로 정이 들었고 말씀 공부는 많이 할수록 좋을 것 같아서였다. 돌아가면서 구역장과 권찰 직분을 맡다보니, 내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사실, 한 분이 집안 사정으로 2년차 임기를 못 채우게 되어 구역장 바톤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십여 년 간 구역예배로 모여 말씀과 친교를 나눈 귀한 모임이지만 현대인의 귀차니즘의 일환으로 우선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소속된 교회가 있는데 이걸 맡아도 되나 한동안 고민하였다. 크게 보면 하나님나라 공동체 일이라고 생각되어 받아들였고 나름 열심히 1년을 마쳤다.

그리고 1개월 쯤 더했을 때, 한 권사님으로부터 구역장 자리를 양보할 수 있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유인 즉, 2년차 임기를 못 채운 집사님을 권사로 세우기 위해서는 구역장으로 좀 더 봉사하며 경험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사랑과 배려가 깃든 제안에 어찌 ‘No’ 할 수 있겠는가? 기쁜 마음으로 나는 주저 없이 그러겠다고 했고, 장부와 봉투를 인계해 드렸다. 바톤 터치의 대상자이신 새 구역장님도 기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시고 열심히 역할을 수행하고 계시다.

집사나 권사 타이틀이 꼭 중요한건 아니지만, 나이가 지긋하게 들었을 때는 여건이나 기회가 된다면 권사 직분을 받아들여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것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계기에 이 일을 직접 제안한 권사님을 위시하여 서로 서로를 이끌어주고 보듬어주는 구역식구들의 지혜와 끈끈한 정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주 안에서 맺어진 두 공동체에 감사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은혜로운 모임이 지속되길 바란다. 마침 한양대학교회의 공동체 모임에선 성서 통독과 기도에 중점을 두고 월 2회 더 모이기로 하였다. 우리가 작은 씨앗이 되어 많은 신도들 사이에서도 성서연구와 기도모임이 퍼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