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이맘 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교대회에서 에밀리오 카스트로 전 WCC 총무가 설교하고 제가 통역을 하였습니다. 남북 양쪽에 권위주의 체제가 강압통치를 할 때여서 반핵, 반전, 평화통일을 내세우는 운동이 어려울 때였습니다. 강사는 상황이 어려울 때인 만큼 평화를 위하여 일할 사람들이 용기 있게 나서야 한다면서 모두가 ‘돈키호테가 되자’고 역설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말을 강렬하게 되살려주는 일화를 얼마 전에 접했습니다. ‘말탄 돈키호테 프로젝트’ 이야기입니다. “불량식품,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4대 악 이제 그만 좀 하입시더!”라고 외치면서 경북 구미의 평범한 50～60대 가장들이 말을 타고 441킬로미터에 이르는 국토대장정에 나선 것입니다. 평소에 방범대원 역할을 하면서 살던 그들이 4대 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데, 우리가 뭐든 해보자’고 의견을 모아 행동에 옮긴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한다고 4대 악이 근절되진 않겠지만 국민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회문제 social concerns는 우리 모두의 사회적 관심사입니다. 이 ‘돈키호테들’은 4대 악을 그들의 관심사로 끌어안은 것입니다.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마음으로 이들은 노숙을 하고 말까지 타며 국토종단에 나섰습니다. 행동하는 양심들입니다. “4대 악, 이제 그만 좀 하입시더. 알겠지예.”라며 경상도 사투리로 외치는 그들에게 이제는 시민들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4대 악 근절’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선언되었습니다. 100일이 훌쩍 지난 지금도 구호만 남은 듯한 인상입니다. 우체국마다 내건 플랜카드는 눈에 띄는데 정책방향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4대 악에 대하여 ‘솜방망이 처벌’이 하나의 문제이듯이, 이른바 ‘용인사회 permissive society’가 안고 있는 병폐가 떠오릅니다. 제헌절을 기하여 법을 제정하는 이들과 집행하는 이들을 비롯하여 시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입니다.

‘근절’이란 말 자체가 문제입니다. 급진주의를 배격하는 사람들이 표현은 급진적으로 하면서 행동은 수구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표현이 크면 (내용)전달이 안 되고, 목소리가 크면 대화가 안 됩니다.’ 불량식품을 포함한 4대 악은 폭력을 키우는 바탕에 문제의 뿌리가 있습니다.

소유와 지배에 대한 목적을 위하여 힘을 가지고 설득하다가 안 되면 강압하고, 그것도 안 되면 폭력을 쓰는 습관적 패턴이 일반화되고 일상화되어 마침내 ‘문화화’된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이 모두에게, 특히 힘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됩니다. ‘갑을의 왜곡된 문화’도 오래 지속된 권위주의, 독재체제에서 굳어진 수구세력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일상화되어 굳어진 것입니다.

‘4대 악’을 없애는 길은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을 용인하는 이 사회의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작은 잘못에 대한 허용치가 높아지고 용인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재앙이 됩니다. “국민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나선 돈키호테들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공감하는 시민들이 저마다 돈키호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성인들도 나서야 합니다. 크리스천들이 앞장서지는 못할지언정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를 위하여 기도하였듯이, 행동하는 기도꾼이 되면 좋겠습니다. 반세기 전 어렵게 고생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살던 시절에는 ‘코리안 타임’이라는 악명으로 우리의 나태가 문제였습니다. 이제는 ‘빨리 빨리’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되어간다고 염려하던 것을 뛰어넘어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정치적 기도회’를 열면서 모두가 ‘돈키호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참 좋겠습니다. 이 일이 계속되는 동안 대화와 소통과 배려의 힘으로 ‘4대 악’은 슬며시 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돈키호테의 꿈! 돈키호테들이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