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어린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공주는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공주는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을 보고 저 달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 뒤로 공주는 부모님께 달을 따다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어요. 왕과 왕비는 공주에게 달은 따올 수 없는 것이라고 얘기했으나 공주는 들은 체 만 체 여전히 달을 따다 달라고 졸랐어요.

공주가 쉽게 물러서지 않자 왕은 유명하다는 과학자들을 부르고, 의원도 부르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어요. 그들은 하나같이 공주에게 달은 따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공주님 달은 너무 멀리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달은 따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주님 달은 너무 커서 여기에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달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병이 든 것 같습니다. 제발 더 이상 달 생각을 하지 마세요.”
그러나 공주는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답니다. 달을 따다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공주는 밥을 먹지 않았어요. 왕과 왕비는 설득도 하고 혼도 내보았지만 공주는 마 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하루하루 말라갔어요.
이 때 공주와 친하게 지내던 광대가 공주를 만났어요.
“공주님 달은 어떻게 생겼나요?”
“달은 동그랗게 생겼지 뭐.”
“그러면 달은 얼마나 큰가요?”
“바보, 그것도 몰라? 달은 내 손톱만 하지 손톱으로 가려지잖아.”
“그럼 달은 어떤 색인가요?”
“달이야 황금빛이 나지.”
“그럼 달은 손톱만 한 크기의 동그란 황금 구슬과 비슷하겠네요?”
“그럼, 그게 바로 달이지.”
“알겠어요. 공주님 제가 달을 따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광대는 왕에게 말하고 손톱 크기의 동그란 황금 구슬을 만들어 공주에게 주었습니다. 공주는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끼니도 거르면서 그렇게 원하던 ‘달’을 드디어 얻었습니다. 기뻐하는 공주를 바라보며 광대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달을 따 왔는데 마침 보름날인 오늘밤 달이 또 뜨면 공주가 뭐라고 할지 걱정이 된 광대가 공주에게 말을 건넵니다.

“공주님, 달은 따왔는데 오늘 밤 또 달이 뜨면 어떻게 하지요?
“이런 바보, 그것을 왜 걱정해. 달은 하나를 빼 오면 또 나오게 돼 있어. 그리고 달이 어디 하나만 있니? 달은 호수에도 떠 있지, 물 컵에도 떠 있지. 세상 천지에 가득 차 있어. 하나 쯤 떼어 온다고 문제될 게 없지.”

‘달과 공주’라는 동화는 공주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잘못되었음을 일깨워주려는 사람들의 태도와 공주의 마음을 헤아려 공주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들어 주려는 광대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많은 말을 하며 많은 말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지만 정작 그 말들 중에 이해하고 이해받는 말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이해 못할 말들이 많습니다. 계속되는 신조어 탄생과 줄임말 사용으로 청소년들과의 대화의 벽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걱정하며 한탄하는 어른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를 한탄만 하고 있다 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달과 공주’에 나오는 과학자나 의원들처럼 옳은 이야기로 공주를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광대처럼 공주의 말에 담긴 의미를 들어주려고 할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도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에 대해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말들이 어떤 문제를 가져 올 수 있는지 질문하고 답하면서 스스로 개선해 나가도록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570년 전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우리말을 글로 쓰고, 남기고,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글을 창제하셨습니다. 우리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문화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한글이 기여한 바가 큽니다. 시력을 잃어가면서까지 한글을 창제해 준 세종대왕이라면 오늘날 세대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어 가는 현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그 분은 또 다시 소통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 밤을 새며 연구를 하실 것 같습니다. 무조건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지혜를 모으는 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