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 오늘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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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아, 알림장 가져와 봐라.”
호랑이 복지사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오늘 받아쓰기 틀린 문제 열 번씩 써오기.’
2학년 채울이 담임선생님은 받아쓰기 시험에서 틀린 문제 열 번씩 써오기를 숙제로 내줍니다.
채울이는 숙제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공부 싫어! 공부 가란말야! 공부야 제발 사라져! 사라져! 사라져!’
채울이는 손오공이 주문을 외우듯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그래도 공부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채울이 곁에 있습니다.
“채울이 숙제부터 해라.”
“…….”
채울이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안 합니다.
책상위에 공책을 펴 놓은 채 딴청을 합니다. 그때 같은 학년 다솜이가 배움터에 왔습니다.
둘이는 독서실에 가서 게임기를 가지고 놉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놉니다.
“채울이 숙제 다 했니?”
복지사선생님이 물어봅니다.
“공부하기 싫어요.”
“숙제는 해야지. 다른 친구들도 다 하잖아. 어서 해!”
선생님이 무서운 얼굴로 숙제를 하라고 해도 안합니다. 결국은 사무실에 불려가 꾸중을 듣고 나왔습니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었는데도 시무룩해서 그냥 앉아 있습니다.
“채울아, 고집부리지 마!”
언니인 도울이는 밥도 안 먹고 뽀루뚱해 있는 동생 채울이에게 말합니다.
채울이 얼굴은 눈물자국으로 꾀죄죄합니다.
“고집부려봤자, 너만 손해야.”
채울이는 언니가 달래도 입을 내밀고 그냥 앉아있습니다.
“어서 먹자. 그래야 주방선생님도 설거지 하시지.”
옆에 앉아있던 독서선생님이 돼지고기 장조림을 수저 위에 올려줍니다.
그래도 채울이는 입을 쑥 내밀고 밥을 안 먹고 있습니다.
“채울아, 여여 먹고 오늘 공부 못한 거 얼른하고 집에 갈 때 같이 가자.”
독서선생님이 아기를 달래듯 등을 토닥이며 달래줍니다.
채울이는 마지못해 수저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수저위에 올려있는 장조림을 먹습니다. 밥도 함께 입으로 들어갑니다.
채울이가 수저로 밥을 뜰 때마다 선생님이 장조림을 밥 위에 올려줍니다.
천천히 밥을 먹고 난 채울이 얼굴이 조금씩 펴졌습니다.
채울이는 먹는 걸 참 좋아합니다.
식사시간이면 다른 아이들은 “조금만 주세요.”하는 말이 입에 붙었 는데 채울이는 “많이 주세요!”라고 하거든요.
사실 선생님께 꾸중만 안 들었으면 씩씩한 채울이는 벌써 친구들이랑 재잘거리며 다 먹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도울이는 채울이에게 받아쓰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자 열 번씩 써보자.”
채울이는 별로 하고싶지 않은 얼굴입니다.
“채울아, 얼른 하고 선생님이랑 집에 갈 때 같이 가자.”
옆자리에 앉아 아동관찰일지를 쓰던 독서선생님이 말합니다.
채울이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어서 해 기다릴게.”
채울이는 오늘 받아쓰기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열 번씩 씁니다.
선생님이 집에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니까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다 했어요.”
“자, 같이 가자.”
독서선생님이 가방을 챙깁니다.
도울이가 먼저 신발을 신고 기다립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공부방 문을 나서자 채울이가 선생님 가슴에 안겨옵니다.
안겨오는 채울이를 선생님이 꼭 안고 등을 토닥여줍니다.
“독서선생님이 엄마 같아요. 저는 엄마가 없거든요.”
“그래, 선생님도 딸 없는데 채울이가 선생님 딸 할까?”
도울이가 옆에서 뱅그레 웃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