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기에는 여러 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우선 대사가 있는 자들만 꼽아도 아하수에르 왕, 현자 므무간, 모르드개 그리고 하만입니다. 내시 하닥은 대사 없이 존재감만 있기에 왕과 하만 그리고 모르드개의 삼각 구조로 오늘은 살펴보겠습니다.

{아하수에르 왕}

그는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로 비칩니다. 주흥이 오르면 잔치를 반년씩 끌고 갈 정도로 감정이 지나치게 고조됩니다. 또 분하면 격하게 화를 내는 것을 현대 의학 용어로 조울증이라 하던가요? 그는 늘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는 습관이 있습니다.

** 1장에서는,
현자들에게 묻습니다(1:15). 어명을 거절한 왕비에 대해서, 좀 더 조신하게 접근하지 않고 므무간이라는 현자의 말대로 와스디가 폐위됩니다.

** 2장에서는,
또 신하의 말을 따릅니다. 와스디가 폐위되고 4년이 흐르자 왕이 정신 차리고 잠시 조서에 대해 생각에 젖습니다. 왕의 심기를 신하가 눈치채고는 아리따운 처녀 왕비를 재촉하니 왕은 또 그 말을 좋게 여겨 그대로 합니다(2:2).

** 3장부터는,
하만이 최측근으로 등장합니다. 얼마나 왕께 아부했으면 성을 출입하는 신하는 하만에게 절을 하라는 왕의 명이 떨어졌을까요? 이 명에 불복한 모르드개로 인해 그의 동포를 전멸하려고 하만은 왕에게 은 일만 달란트를 상납하며 참소합니다(3:9). 왕은 전후 사정 듣지 않고 바로 반지를 빼어주는 경솔함을 보입니다(3:10).

** 6장에서,
왕이 하만에게 또 하나를 묻습니다. 어느 공로자에게 무얼로 후사할까하고(6:6) 하만은 자신이라 착각하며 왕의 왕관과 의복을 입혀 성내 행진을 제의함이 원수 모르드개에게 해당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 7장에,
드디어 하만이 자기 꾀에 빠져 사형됩니다. 하만의 모든 것이 모르드개에게 이양됩니다. “왕이 하만에게서 거둔 반지를 빼어 모르드개에게 준지라(에8:2).”

** 8장과 9장,
왕이 이제 에스더에게 모든 걸 묻습니다. 에스더의 요구대로 하만의 열 아들이 죽고(9:10), 조서 연장과 충신들을 도륙하길 요청하니 또 그대로 됩니다(9:16).

** 마지막 10장에는,
그렇게 남의 브레인으로 살던 왕이 주변국들로부터 조공을 받으며 ‘왕의 능력 있는 모든 행적’이라고 기록될 정도로 그가 달라졌습니다. 이는 모르드개가 왕의 현자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지혜로운 신하가 지혜로운 왕을 세웁니다.

cf : 다니엘이 속국민 신분에서 국무총리 까지 올라가 자리를 지킨 것도 하나님이 주신 지혜이고 은혜입니다.
요셉도 종의 신분에서 국무총리까지 올라갔습니다. 요셉 때문에 보디발의 집과 애굽이 복을 받습니다.
“여호와께서 요셉을 위하여 그 애굽 사람의 집에 복을 내리시므로 여호와의 복이 그의 집과 밭에 있는 모든 소유에 미친지라(창39:5).”
{모르드개를 위하여 아하수에르 왕에게 복을 내림으로 그의 능력이 변방에 퍼지니라}로 재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인간을 작은 벌레보다 더 하찮게 여깁니다. 그는 자존심 문제로 한 민족멸절을 꾀합니다. 돈과 계략으로 인생이 복잡합니다. 왕의 반지까지 받았으니 이제 눈앞에 보이는 왕관을 바라봅니다. 저 왕관이 자신의 머리로 옮겨지기를, 안 될 게 무어냐고 내심 장담합니다. 그러하던 인생은 결국 그 꾀가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하나님 없는 자의 말로는 높은 장대 위에서 만인의 눈앞에서 처형됩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전1:25).”

{모르드개}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출20:4~5).”
말씀대로 사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하만에게 절하지 않은 그 괘씸죄가 동족 멸절의 핵폭탄으로 이어지려합니다. 그는 하나님께는 금식하며 아뢰고, 왕에게는 왕비 에스더를 통해 민족구원을 요청하고, 동포들에게는 회개기도를 촉구합니다. 기도한대로 원수가 박멸됩니다. 동족이 전인 구원을 받습니다. 모르드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공동체를 우선하는 인물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주신 지혜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속한 공동체도 복되게 하며 빛으로 밝힙니다.

{세 인물을 묵상하며 그린 삽화에서 }

1 아하수에르 왕의 저 표정은,
왕비 에스더를 보고는 반가움에 규를 죽 내미는 표정입니다.
2 하만의 저 인상은,
모르드개가 목을 꼿꼿이 하고 있는 그 앞을 지나는 표정입니다.
3 모르드개의 저 여유만만은,
‘내가 사람의 말을 들으랴 하나님의 말 씀을 들으랴’ 하는 표정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행4:19).”

하나님이란 단어 없이 하나님이 일하심을 온전히 나타낸 책 에스더기, 하나님의 지혜를 배우며, 기도의 능력을 배우며, 위에서 부어지는 은혜에 흠뻑 젖어 보았습니다. 샬롬 !!


그림 & 정리 서정남 목사
작은교회
suguns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