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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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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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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없는 백성들에게 절망이 쌓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자학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라가 망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왕 망할 테면 아예 폭삭 망해야 그나마 새로운 세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조선이 망하지 않았다면 과연 대한민국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나라가 망하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이들은 기댈 데 없는 가난한 백성들입니다. 그 가난한 백성들을 가슴에 품고 그래도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희망의 사역을 한 사람들이 바로 예언자들입니다. 그 예언자들의 정신이 예수님이 선포한 ‘그 나라’에 그대로 담겨 있고, 바울의 ‘교회’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선포하신 ‘그 나라’는 이전의 예언자들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전의 예언자들은, 지금은 사라진 나라이지만 언젠가 회복될 것을 기대한 나라인 반면, 예수께서는 상상속의 ‘그 나라’를 현존하는 나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영토 중심의 나라가 아닌 주권으로서의 나라입니다. 놀라운 상상력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가르치신 주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하늘’은 공간으로서의 하늘이 아닌 ‘경계가 없는’ ‘차별이 없는’ 뜻에 가깝습니다. ‘땅’은 차별, 분리, 혐오를 획책한 갖가지 종류의 경계로 이뤄졌지만, ‘하늘’은 그런 경계가 없을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나라’의 선포와 함께 ‘그 나라’의 삶을 사신 분입니다.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이 레디컬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예수께서 선포하고 가르치신 그 나라의 ‘복음’을 체현할 그릇으로 ‘교회’를 세우게 됩니다. 이 또한 지상의 영토 위에 세운 교회가 아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 조직’으로서의 교회입니다. 바울은 그런 교회를 유기체인 ‘몸’으로 표현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 혹은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과 같은 표현입니다(고전 12:12-27). 그리하여 몸 혹은 그릇으로서의 교회는 항상 그 나라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뒤돌아보며 자신을 개혁해야 합니다. (좋은 그릇은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고, 식탁을 우아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너무 귀한 그릇은 사용하지 못하고 장식용으로 모셔두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폐기되어야 할 교회도 많지만, 장식용으로나 모셔 두어야 할 교회들도 많습니다.)
망한 유다가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로마의 속국이 되어 있을 때 새로운 ‘그 나라’를 들고 나온 분이 예수이십니다. 예수님 당시 이미 망한 나라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이 바로 바리새인들, 사두개인들, 율법사들, 귀족들입니다. 그런 자들에게 예수의 출현은 심각한 도전이었습니다. 저들은 평소 서로 적대적인 자들이었음에도, 마침내 예수를 죽여 없애는 것이 이심전심이 됩니다. 그럼에도 저들은 스스로 예수를 죽이지 못하고 로마의 힘을 빌려 십자가 처형을 합니다. 죄 없는 자를 죽였다는 비난을 피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보호를 위해 로마와 공존을 택한 것입니다. 그들은 나라가 망할지라도, 전쟁의 참화를 불러들일지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득권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기득권이 그렇게 무섭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도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초반 개혁에 단호했던 문재인 정부도 안팎에 산재한 기득권의 집요하고 지능적인 저항에 오락가락하는 모습니다. 그러나 그들로 인해 절망할 일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상상 가운데서 현존케 하신 ‘그 나라’는 그들의 사악한 행위를 무력화시키시고, 반듯이 당신의 나라를 성취하실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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