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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대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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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과 찬바람이 거침없이 함께하는 예배당, 노인 집사님 한 분과 서너 명의 학생이 전부였던 교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안정되어가고 부흥(?)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부흥이 아니라 ‘회복’이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교회였기에, 새신자는 새신자가 아니라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구 舊신자들이었으니까요. 그런 분들 중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전도사인 제 나이보다도 더 오래 신앙생활을 한 분들이었습니다. 한 번은 당찬 마음으로 교회 청년회장이었다는 분을 전도(?)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입도 떼지 못하고 한방에 KO 패를 당했습니다. “전도사님 나이보다 내가 예수 믿었던 기간이 훨씬 더 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전도사님한테 들을 이야기가 뭐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이나 전도하세요”. 한 번은 연세 많으신 노인 집사님 장남이 만나자고 했습니다. 혹 교회라도 나오려나 하는 기대로 찾아가자 그 분이 젊은 전도사에게 물었습니다. “전도사님 왜 00가 부흥되지 않는지 아십니까?” “교회가 부흥하려면,…” 하룻강아지(?) 전도사는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 귀를 쫑긋하고 진지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맨날 예수만 찾아서 그렇습니다.”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만큼 교회부흥이 간절했으니까요. “예수만 찾지 말고 부처님, 용왕님, 산신령님을 다 불러 모시면 됩니다.” 뭥미? 알고 보니 그 분은 어머니와 함께 그 먼 계룡산 신도안까지 시루떡을 지고 가서 치성 致誠을 드리던 분이었습니다. 그 후 겪어보니, 새벽기도 한번 빼먹지 않고, 성미 誠米 한번 거르지 않는 그 어머니도 교회에서 성도들과 깊은(?) 기도를 드릴 때는 갑자기 산신령님 용왕님을 찾아서 병아리 전도사를 당혹케 했습니다. 무려 집사님이! 그 때 제 표정이 그려지시나요? 그 교회에 팔십이 다 되신 여자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십리 길을 걸어 산속 외딴 집에서 나오시는 분입니다. 그래도 주일 낮 예배는 물론이요, 저녁예배, 수요기도회, 심지어 새벽기도도 열심이셨습니다. 재정적인 의무도 나름 최선을 다하시고. 이만하면 흔히 말하는 일등(?)신자이지요. 그런데 이 분은 성경을 읽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성경지식도 부족하고, 설교 이해도 어려우셨겠지요. 그런데 누가 봐도 주님이 함께 하심을! 그리고 자신이 구원받았음을 의심치 않는 분이었습니다. 백면서생 白面書生같은 제겐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어느 기회에 그 분의 간증을 들었습니다. 홀로되어 자식들을 기르며 너무 힘들어 교회에는 나왔지만 글씨도 모르고 배운 것이 없으니 설교도 모르겠고. 교회와도 난 소용없구나 하는 설음에 울며불며 몇날며칠을 기도하던 중에 꿈을 꾸었답니다. ‘아기천사가 자기 가슴에 폭 안기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날 이후로 서럽지도 않고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자신은 구원받았다는 확신이 들더랍니다. 그분은 신앙생활 때문에 엄청난 핍박을 받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론과 사변으로만 구원을 논하고 전하던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의 구원이 조금도 의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분이 주님의 품에 안겼음을 믿습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한번은 그토록 열심인 집사님이 수요예배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루 두 번씩 ‘저자보러’(물건 팔러 간다는 방언) 가시는 분이시니 늦었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한 참 자고 있는데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왜 수요예배 안허유?” “네?” 달이 밝은 날이라 시간을 착각한 것입니다. 글씨를 모르시니. 멋쩍어 하시는 그 분 손목엔 고급 시계가 번쩍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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