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Corona-blue’라는 신조어가 매스컴에 등장했다. 굳이 번역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뜻이란다. ‘심리방역’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언제 끝을 보일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감염 공포’ ‘불황’ 등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리라.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포비아 Corona-Phobia’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흔히 쓰는 말처럼, 역사책에서나 읽어보던 그리고 금세기에 들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의 위세 앞에 첨단과학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인류는 혼비백산이다. TV는 스포츠를 중계하듯 전 세계를 강타하는 코로나19의 위력을 쉴 새 없이 전하고, 사람들은 모이면 십중팔구 코로나19를 대화의 주제로 삼는다. 승강기를 타려는 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웃을 만나면 미소가 아니라 두려움이 엄습하고, 식당에 들어섰다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서빙하는 종업원이 눈에 띄면 본능적인 거부감이 생긴다. 그러니 우울할 수밖에.

그리스도인은 두 왕국을 사는 사람이다. 가이사의 통치 아래 있으면서도 하늘나라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코로나-블루’가 피하여 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이사의 요구에 합당하게 반응하며 동시에 하늘나라 시민의 정체성도 지켜야하기에 때로는 더욱더 힘겹기도 하다.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산이 몇 번씩 변하는 시간을 ‘목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운 나는 부끄럽게도(?) 더욱더 그렇다. 밤잠을 설치고, 가슴이 답답해 서성일 때가 많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의 멸망과 성전파괴 그리고 이어진 바벨론 칠십 년의 포로 생활 동안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여호와의 선민인 자신들에게 그런 가혹한 재앙이 임한 이유를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기록해 후손들에게 남겼다.

사유 思惟하는 존재인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존재다. 특별히 고난 가운데서 던지는 질문을 통해 얻은 성찰은 인류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할 때 고난은 위장된 축복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예배 환경이 무의미한 고난이 아니라 위장된 축복이 되려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정직하게 대답해보고 또 정답을 찾아 깊은 기도와 사유 思惟의 강을 건너야 하리라.

그러려면 올바른 질문이 선행돼야만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가? 대략 이런 질문이 아닐까. 왜 이런 일이? 이 시기에? 교회란 무엇이고, 예배란 무엇인가? ‘영상 예배’도 진정한 의미에서 예배인가? ‘영상 예배’가 ‘공동체 예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 예배당에 모여서 함께하는 회중 예배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평가는 반론의 여지없이 올바르고 정당한 것인가? 가이사의 요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신학과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가이사와 세상의 요구에 어디까지 응해야 하는가? 코로나 광풍이 휩쓸고 간 후에 교회는, 예배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신학자들은 신학자 관점에서, 현장 목회자들 또한 그들 관점에서, 열심 있는 교인들과 가나안 교인들 역시 나름대로 고민하고 자신의 답을 찾고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다.

전대미문 前代未聞의 상황에서 던져진 질문과 제시된 답은 질문자가 누구든, 내용이 무엇이든 폄하 貶下할 일이 아니다. 함께 고민하고 정답을 찾아갈 뿐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 몸이요, 그리스도의 지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느닷없이 현장 예배(?)를 금지하고 영상 예배로 대체하라는 요구가 왔다. 형식은 권고이지만 사실상의 지시다. 시설 좋은 대형교회는 오히려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경험도 시스템도 풍부하고 평소에도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예배를 실시간 혹은 녹화해 송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형 교회들은 대부분 고민에 빠졌다. 기술도 장비도 부족하거니와 겨우겨우 밴드로 송출하거나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려도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교인도 극소수이다. 매 주일을 앞두고 관계기관의 예배 취소 요청은 거듭되고, 비판적 언론은 ‘예배 강행’이라는 말로 ‘현장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는 마치 코로나 오염원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보도한다.

어느 종편 방송은 가톨릭대 교수라는 사람의 입을 빌어 개신교 改新敎를 신천지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만행을 보였다. 도지사와 시장, 총리와 대통령까지 나서서 협박(내게는 그렇게 들렸다)하더니, 뒤늦게 ‘종교시설 7대 준수 사항’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내용을 보니 사실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왜 처음부터 예배 금지가 아니라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종교집회’(그들의 표현이다) 기준을 제시하며 협조를 부탁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행정당국도 준수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그런 기준을 오직 종교(사실은 개신교)에만 요구하는 것일까? 예배로 모이면 서너 명이 모여도 위험하고, 다른 목적으로 모이면 안전한가? 실제로 현장에서는 겨우 두 세 명이 전부인 교회에도 매주 예배 금지 요청이 온다(대형교회 목사들도 그 정도인지는 모르리라). 그러니 ‘종교탄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처음부터 ‘종교시설 운영 제한’이 아니라 외국의 예처럼 ‘몇 명 이상 모임 금지’를 전체 국민에게 요구했다면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오비이락 烏飛梨落일까? 코로나 사태 직전 집권당 유력 정치인이 총선이 끝나면 ‘종교 패권’(?)을 재편하겠다는 야심에 찬 발언을 한 뒤라 정부의 조처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우둔한 이 시골 목사의 생각에는. 어떤 통계에 보니 교회와 관련한 확진자는 1.5%라던데. 좋게 생각해서 집단감염을 걱정한 조치라지만 거듭되는 매스컴의 악의적(내가 보기에는 그렇다!)인 보도는 교회에 ‘바이러스 덩어리’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성공한 듯싶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 말대로 예배를 ‘강행’해도 참석자는 평소의 반, 심하면 1/3이니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는 지켜지는 셈이다. 코로나가 종결될 때쯤이면 전국에서 최소 1만 교회가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견해도 들린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

예배를 강행(?)하는 작은 교회이지만 공문을 받기 전부터 이른바 ‘7대 준수 사항’을 현장 확인 나온 공무원이 인정할 만큼 나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언론과 SNS를 통해 퍼부어지는 일방적 비난에 화병이 날 지경이다. 그래도 그것은 견딜만하다. 언제 교회가 세상에서 환영 받은 적이 있는가. 더 큰 아픔은 ‘내부 총질’이다. 각자의 견해와 상황이 다를 수 있음에도 자신의 선택이나 생각과 다르다고 자칭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퍼붓는 막말(?)이다. 그것도 이 사순절 기간에!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자. 진정 그들 말대로 돈독(?)이 들어 현장 예배를 강행하겠는가? 만일 그래서 강행한다할지라도, 또는 교회론의 신학적 성찰과 고려가 정리 안 된 상태에서 영상 예배를 드린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예수의 피로 맺어진 형제자매가 아닌가? 골고다로 향하시는 주님의 통곡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