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온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광풍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방역모범국가로서 전 세계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방역당국과 현장에서 뛰는 의료진은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에 놀라며 지구촌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초기의 마스크를 제외하고 어떤 사재기도 없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저들에게는 감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파가 점점 커질수록 대한민국의 모범은 더욱 경이로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이제는 모든 나라들이 외치는 구호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역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종교, 스포츠, 문화, 예술, 정치 등 모든 분야의 집회가 유예 혹은 금지되고, 학교가 문을 닫고, 10인 이상의 모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거리는 한산해지고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가 돌아가지 않아 비상이 걸렸습니다. 반면 전혀 다른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회복되고, 과도한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이 정국 이후의 우리들의 삶에 새로운 문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벗어나기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될 것입니다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서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나 혐오, 나아가 차별과 증오로 발전될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한 단계 승화시켜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저는 ‘사랑의 거리두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운동의 정신이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 스스로를 단속하려는 배려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을 소극적이고 부정적 관점으로 보지 말고 적극적이고 긍정적 관점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서로를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으로 보면,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이런 사회적 각성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스크 나누기, 자가 격리자 지원 활동, 선한 시민운동 등 수많은 사례들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워킹 스루>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것도 차량이 없는 약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감염자들은 피해자이며 희생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타인에게서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거리를 회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일상의 나와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는 ‘참 나’를 찾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유폐된 이 시간들을 나를 찾는 성찰과 명상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간은 대한민국이 집단적으로 영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각성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진화의 시간으로 만들어야만 우리는 21세기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남북의 통일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대들이 같이 있음에
공간이 있게 하라.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로 춤을 출 수 있도록.
....
같이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지 말라.
성전의 두 기둥은 서로 떨어져 있으며
참나무와 싸이프러스 나무는
상대방의 그늘에서 자랄 수 없다.
(칼릴 지브란, 사랑과 결혼의 서사시 중에서)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는 이 시간들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홀로 있음을 통해 함께 있음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발견하게 되기를, 그리고 적절한 거리야말로 깨어남의 시작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이, 그리고 온 인류가 이 위기를 겪으며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혐오와 불신으로 퇴보할 것인가 사랑과 신뢰로 진보할 것인가, 인류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