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가 말했다던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심오한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워 검색해 보니 이런 뜻이란다. “존재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고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존재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한 말은 말이 아니며, 말에 제대로 담기지 못한 존재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할 터이다. 그러니 말 혹은 용어 用語의 선택은 허투루 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보면 어느 분야에서나 최초로 용어를 창작하거나 차용 借用했던 사람들은 흔히 말하듯 머리에 쥐가 났을 것만 같다. 아니 그들이 아니라도 일상의 삶에서 언어를 합당하게 선택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고 고심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딱 두 주 만에 해제되기는 했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인권’과 ‘평등’을 ‘최상의 가치’(?)로 인식되기를 원하는 이 나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인 국무총리께서 이제는 입에 담기도 싫은 ‘코로나 19’의 신규 발생자의 반이 교회 소모임에서 발생했다며 교회에 ‘방역 계엄령’을 선포하고 특별히 모든 교회는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니 당연히 지자체 地自體가 두툼한 서류를 보내고 담당자를 내가 보낼 수밖에! 그런데 그 서류에 이런 구절이 담겨있었다. “매일 영업 개시 전 각 단말기의를…”. 아마도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는 상부에 보내온 서류를 무심코 복사해 보냈을 것이고, 상부의 담당자는 흔히 말하는 고위험 시설에 내보내는 서류의 표지 갈이만 했을 것이다.

어느 마음 넓은 목사의 설명에 의하면, 교회도 세무서에서 비영리법인 고유번호를 받으니 당연하게 ‘영업’이라고 표기했을 것이고 법적인 하자 瑕疵가 없는 표현이란다. 그리고 보니, 코로나 19 와중에도 교회가 문을 닫지 않는 이유가 재정수입 감소를 걱정해서라던 뉴스가 있기는 했다. 그때는 빈정거리는 소리로만 들었는데 그런 원모심려 遠謀深慮였을 줄이야 시골 목사가 어찌 알았겠는가.

코로나 19라는 복병 앞에 의료당국을 제외하고는 기독교 改新敎만큼 황망 慌忙해 한 일도 없을 것 같다. 사이비 ‘신천지’효과인지 하루아침에 기독교는 동네북 신세가 되었다. 정부 당국의 순수한(?) 의도야 의심할 이유가 없지만, 집단감염을 염려한 정부의 특별한 조치는 마치 교회가 감염원이라도 되는 듯한 오해를 불러왔다고 해도 지나침이 아니다.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지나치리만큼 조심을 하는데도 가족이나 직장의 강요(?)로 출석하지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는 해제되었지만 아직도! 교회에 모여 예배하는 목사와 성도들은 이기적인 존재요, 무지한 사람들로 매도되곤 있다. “인간을 향한 존중과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무시하고 무조건 모이기를 힘쓰려는 이기적인 교회의 모습은 세상으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 역시 신학을 전공한 사람(목사?)의 글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모여서 예배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간을 향한 존중과 인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사람들’이라고 확인되는가? 그들은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고 어느 사이비들처럼 ’무조건‘ 모이는 몰상식한 사람들인지 확인해 보았는가? 모여서 예배하는 교회들은 모두가 정말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모든 생명의 행위에는 ’이기적인 동기‘가 있다는 보편론으로 말했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다면 당신의 글도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하긴 더 말해서 무엇하랴. 심지어 ‘꼭 예배를 드려야 하느냐’는 깨인(?) 목사들도 없지 않은데.

코로나 19 상황에서 들려지는 신조어(?)가 있다. ‘대면 예배’, ‘현장 예배’ 등이다. 일반 매스컴은 물론이요, 정부 당국자나 심지어 목사들도 쉽게 입에 올리는 말이다. 물론 나 역시 그 말이 교회에 모여 드리는 예배를 일컫는 말인 줄은 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대면 예배’ ‘비대면 예배’라면 누구를 대면하고 누구를 비대면 한다는 말일까? ‘현장 예배’라면 어느 현장이라는 말인가? 예배학 전공자나 신학자는커녕 목사라는 칭호을 감당하기도 힘에 겨운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보기에도 지나치게 인간중심이지 않은가.

하긴 ‘신학이 곧 인간학’이라고는 하지만 예배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예전 禮典이 아니던가. 그러면 짓궂은 질문 같지만 ‘비대면 예배’는? ‘현장 예배’라는 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보다는 그동안 교회가 부르던 대로 ‘회중예배’ ‘공(동)예배’라고 부르는게 옳지 않을까. 그것이 세상과 소통하기 어려운 용어라면 편의상 ‘교회예배’(교회는 건물이 아니라는 주장은 넣어두고)라면 안 될까? 세상 따라 ‘비대면 예배’ ‘대면 예배’ ‘현장 예배’를 읊조리는 그리스도인, 당신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