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알다시피 지난 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갈등으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갈등은 살아있는 증거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피하려는 생각부터 하는 성향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갈등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편한 것이 좋다는 느낌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수련하는 사람들,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심성의 특징이 갈등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진화와 성숙을 위하여 수련하는 사람에게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수련을 멈추거나 아예 포기하면 갈등도 멈춥니다. 내면의 갈등이 일어나는 까닭은 갈등이 일어나는 문제들을 붙들고 씨름하기 때문이고, 이는 수련 과정에서 필수적입니다. 수련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할 때, 멈추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만큼 갈등은 크게 마련입니다. 내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수련 과정에서도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사회 공동체에 이르면, 갈등은 그만큼 더 복잡하고 심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같은 논리로 사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도 같습니다. 통합을 이루기 원하는 사람들과 여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통합을 이루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방법론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갈등은 충돌이요 마찰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면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마찰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거기에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갈등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며 우선 기피할 생각을 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갈등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그것을 기피하려는 심리적 경향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것은 더 큰 에너지원이 될 수 있고, 통합을 이루는 자원이며 원동력이 된다는 진실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됩니다. 젊은이에게 갈등이 심하고 실상 갈등이 없고 안정된 사회는 당장은 편안한 듯하지만 노화된 사회입니다. 노인이 되면 갈등이 가라앉는 것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화와 통합으로 가는 길목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필요악’이요, 더욱이 수련과 분투노력의 관점에서 보면 ‘필요한 고난’, ‘자발적 고난’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내면이나 사회의 통합에 일치의 창출은 갈등의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붙들고 몸부림친 결과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분투노력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여럿이나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를 형성합니다. 이념도 이해도 소망도 다양하지만,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우리 사회가, 교회가, 국가가, 민족이 하나 되어 세계에 빛나기를 바라는 데는 모두 하나입니다.

다만 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가는 과정에는 저항이 있고, 마찰이 있고, 갈등이 있지만, 그것을 피하지는 말아야 됩니다. 각기 방법이 다르고 인식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우리의 근원적인 뿌리를 기억하고, 우리 자신을 기억하며, 성숙과 통합의 목표를 함께 의식하며 나가기로 하면, 우리는 갈등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금년에는 그 동안의 시행착오와 수 없이 많은 과오와 부정으로 인하여 부끄러움을 모두가 깊이 느꼈던 바탕에서 새롭게 각성하고 다지는 기운이 여기저기서 돋아나고 있습니다. 근시안적이고 소아병적인 끼리끼리 의식을 벗어던지고 대아를 살리기 위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발휘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저력을 기억합니다. 갈등을 통합으로 변화시킬 우리 모두의 저력을 밝게 기억합니다. 갈등이 없는 통합은 무기력한 상태일 뿐입니다. 갈등을 극복하며 그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를 살려서 이룩한 통합은 힘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든다는 진실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