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안타까운 소식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었다. 대구 칠곡에 위치한 장갑제조 업체인 주식회사 시온글러브에서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서 4명의 장애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화재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는 장애인 4명의 사망으로 더욱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이 사실이 전해짐과 동시에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들의 죽음을 “중증의 정신지체 장애인이라 판단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형태의 보도를 했다.

일반적인 화재 사건에서는 화재의 원인, 사주의 안전관리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언론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그러한 문제점은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대구지역의 언론은 물론이고 전국의 언론들은 장애인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고 시온글러브라는 회사는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모범적인 기업으로 이번 화재로 인해 부도가 나는 일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온글러브 화재의 최대 희생자인 사망자 4인의 가족이 어떤 상황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4인의 사망자중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1인만 사고 직후 장례를 치르고 나머지 가족들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회사와 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장애인의 천국’, ‘장애인의 대부’라고 언론에서 칭송을 하던 회사의 사주는 ‘사망자 1인당 2천4백만원, 매월 1백만원씩 2년간 지급’이라는 협상안을 제시하고는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주는 “법대로 하라. 내가 잡혀가면 누가 남은 직원들 먹여 살리나”라며 오히려 당당하다. 적극적으로 유족과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그 사람들만 어떻게 신경을 쓰나”라며 자신의 사업장에서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나서 4명이 목숨을 잃게 된 사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 회사는 장애인을 고용했다는 것으로 인해 30억원 이상의 유무상 지원을 받았다. 반면에 장애인에게 지급한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임금의 대부분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지급하는 고용 장려금으로 충당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장애인 고용을 과시하며 마치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듯 자랑하고 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화재에 대한 죄의식도, 최소한의 책임감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온글러브에서 기숙을 하며 일을 하는 장애인들 안에서 폭력과 금품갈취 등의 사건이 계속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가족들이 회사측에 여러 차례 시정해 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의 취업율은 낮은 형편이다. 때문에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사업체에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것보다 더욱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이다.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 장애인을 많이 고용시킨다고 박수를 보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 사고에서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은 장애인을 고용한 업체이건 아니건 동등하고 공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단순히 장애인을 많이 고용했다는 점 하나로 평가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장애인들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