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철이면 이민 교회를 찾아다니며 말씀을 나누고 영성수련을 해왔는데, 금년에는 오랜만에 고국에 있으면서 기도로 대신 하였습니다. 손수 찾아가서 만날 때의 친교도 자별하였으나 떨어져서 그리움 속에 기도하며 자매형제들을 기억하는 것 또한 각별한 감회가 있었습니다.

자기 일에 몰두하며 살면서도 고달픈 이민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며 돕는 필라델피아의 자매를 떠올립니다. 교회에서 봉사하며 성가대원들의 영성의 변화와 성숙을 위하여 어느 사역자 못잖게 열정을 쏟는 그를 생각만 해도 절로 감사기도가 나옵니다.

70～80년대 민주화 투쟁 시절부터 이민생활의 분주함 속에서도 고국을 위하여 희생적인 협조와 봉사로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오늘도 도산 안창호 선생의 뜻을 기리며 사회와 교회를 위하여 애쓰는 시애틀의 장로님을 생각합니다. 이민 1.5세와 2세들의 정체성과 바른 영성을 세우 는 일에 남다른 관심과 열성을 지니고 사는 장로님을 기억합니다. 이민 교회의 공동체성과 온전한 영성을 위하여 늘 애쓰며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형제를 사모합니다.

특히 젊은 여성으로서 이민생활에 적응 못해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을 상담하고 지도하며 봉사하는 아름다운 일꾼을 떠올립니다. 고국에서 옮겨간 전통적 가치관 때문에 새로운 환경과 눈높이에 맞춰서 ‘재적응’하기 어려운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을 도우며 수많은 갈등과 고초를 이겨내는 그의 분투노력과 인내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렇게 힘겹고 분주한 이민생활 속에서도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여기 언급하지 못한 더 많은 분들이 그렇게들 살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서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민사회와 교회를 위하여 애쓰는 이들은 또한 고국을 위하여 애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며 돕는 이들은 바로 세계를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사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셈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을 위하여 봉사한 사람은 공동체를 위하여 봉사한 사람입니다. 후대에 와서 증명된 것이 이들은 인류를 위하여 산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이민생활 속에서 사회와 교회에 봉사하는 이들은 느헤미야의 기도와 영성을 함께 하는 이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멀리 남의 나라에 이주하여 살면서 스스로 성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안녕과 행복에만 머물지 않고 어려운 고국을 위하여 온갖 정성을 기울여 기도하고 또 자신이 기도한 일을 스스로 이뤄 나가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모름지기 살아있는 기도를 올리는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또는 현재진행형으로 기도를 올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번 말로 기도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잊어버리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말로 기도하고 행동으로 그 기도를 손수 이뤄나갔습니다. 사람의 노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결국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성취될 것을 믿으며 기도를 행동으로, 일로, 그리고 몸으로 계속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독일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또 한국에서 조국을 위하여 기도하며 봉사하는 이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기도하며 일하며, 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동시에 모두를 위하여 일하는 느헤미야들은 우리의 자산이요 자랑입니다.

우리에게 숱한 어려움과 문제가 있어도 살아남고 번성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오늘의 느헤미야가 도처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가 남은 자로서 오늘의 느헤미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