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내 건강을 늘 걱정하는 친구로부터 한 곳을 소개를 받았다. 온 몸에다 생약을 바르고 비닐로 뒤집어쓰고는 2시간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몸에 있는 노폐물도 빠지고 건강해지면서 이뻐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뜨거워지는데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 지옥이 이런 것이겠지?’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2시간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급기야는 주님의 십자가를 떠 올리며 견디어 보기도 하고, 소개해 준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미리 일어나면 미안하기도 할 것 같고, 또 내 자신도 시험 해 보고도 싶었다. ‘그래, 얼마나 견디나 보자!’

2시간을 참고 나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고나 할까! 요즈음 나를 위시해서 서울 사람들의 기독인 생활이 어떠한가? 현상유지에 빠져있지 않나? 덜컥 겁이 나기도 하다. 예수 믿기가 어려운 시대에 살았던 초대교인들이나, 순교를 당해야만 했던 사람들이나 외부에서 오는 고난이 별로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자발적 고난을 취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현 시대에는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는 어떤 일을 자발적 고난이라고 하나? 내 옆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앓고 있는지도 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둔해져 있지 않는지? 많은 생각과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온통 자기밖에 챙기지 않는 환경에 둘러싸여 살면서 자기를 챙기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양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나 자신도 그렇게 살리라고 마음먹고 있는 이때에 ‘자발적 고난’ 이라는 화두를 떠 올리는 것이 참 거짓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대로 살면 안될 것 같다. 고작 미용이나 건강을 위해 괴로운 것을 참는 생활이 아니라, 교인이라면, 교회공동체라면, 이 시대에 할 일이 많이 있지 않는가! 교회개혁, 사회개혁을 외치면서도 남을 위해서는 조금의 희생도 하지 않으려는 이기심부터 떨쳐버려야 한다. 자기의 고통을 이기려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을 해야 한다.

진정, 사랑받고 싶으면 남을 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나 말, 마음의 표현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기의 경제 사정이 풍족해 지고 나서야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별로 넉넉하지 못해도 갈라 먹어야 한다……. 이런 말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는 만큼 실천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편안하게 교회만 다녀도 되는 것인가? 때로는 내 아이 사교육비에도 허덕이는데, 십일조 내기도 힘이 드는데 또 무슨 자발적 고난? 하며, 돈 안드는 자발적 고난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말씀이 있다.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 날 먹을 것조차 없는데, 누가 그들에게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배부르게 드십시오.” 하면서, 말만 하고 몸에 필요한 것들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