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정의를 말하고 사회정의를 주창하는 사람들도 사회를 법정으로 만들려는 환상에 빠져 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편견과 고정 관념이 넘치는 사회’가 상식과 원칙을 존중하며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완전태는 아닐지라도 근사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상식이 강조되다가 속물근성이나 천박함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원칙만 내세우다가 경직성이나 독선에 빠지지 않는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대의명분의 큰 뜻과 목적을 위하여 서로 배려하는 자세를 갖출 때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소통이야말로 곧 하나됨의 바탕이요 힘입니다. 이를 위하여 서로가 ‘매사를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나 교회를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는 소통의 부재 또는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봅니다. 그 심층의 원인을 보면 객관적 의식과 자기의식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이 있습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자기의 가치와 목적에 집착하다 보면 상승 기대에 따라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자기가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공포에 사로잡히고 급기야 조급해진 나머지 목적이 수단과 과정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래서 편견과 고정 관념이 강화됩니다.

결국 정당성이나 적실성이 결여된 억지가 나오고 궤변이 등장합니다. 뒤따르는 행태는 반이성과 감정과 선정이 압도합니다. 상식과 원칙은 이미 설 자리를 잃은 상태입니다. 군중(심리)조작이 아전인수의 해석과 주장을 낳습니다. 당연히 대화는 단절되고 소통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오직 힘의 논리만 횡행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힘과 힘이 부딪히는 상황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른 여름에 시작된 촛불집회나 늦여름에 시작된 불교도 대회가 모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드러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비롯한 남북화해와 민생 안전, 물가 안정, 수출촉진 등을 비롯한 경제 발전, 교육개혁, 공기업개혁을 비롯한 사회개혁 등등, 여기서 일일이 거명하기 힘든 숱한 과제들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묘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며 함께 나아가야 할 목적과 방향에 대하여 중론의 일치 consensus를 이루는 소통입니다. 여야, 보혁구도를 뛰어넘을 ‘입장의 동일함’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각기 다른 견해와 주장이 있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함께 나갈 방향과, 함께 추구하며 이루어야 할 목적에 얼마나 타당성 legitimacy이나 적실성 relevancy 그리고 실현가능성 feasibility이 있는가를 토론이나 대화를 시작하기 이전에 제각기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토론을 위한 토론, 논쟁을 위한 논쟁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가 최근에 명쾌하게 밝힌 것처럼 ‘우리가 지금껏 해온 일을 계속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도 국민과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여야도 할 수 있습니다. 또다른 촛불집회를 할 사람들이나 어떤 대회를 열 사람들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증명하였고 성원을 아끼지 않은 온국민이 확인하였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맨땅에서 시작하고, 잿더미에서부터 일구기 시작하여 오늘의 번영을 이룬 사람들입니다. 또다른 60년의 영광을 향하여 나가기 위하여 우리가 눈높이를 어떻게 가다듬고 나가야 할지, 우리가 현재 지니고 있는 태도와 자세가 어떤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현재 지니고 있는 능력이 얼마이며,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검증’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개인이나 공동체나 ‘자신을 알고’, ‘매사를 스스로 검증’하며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우리만이 지닌 힘과 장점을 맘껏 발휘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