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기도를 드리겠어요. 생각도 마음도, 고민도 희망도 모두 담아 기도를 드리겠어요. 한 해에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루게 되어 그만큼 변화의 새바람에 기대를 걸면서도, 돌아가는 일들을 보며 못내 아쉬움을 느끼다 못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입니다. 정당도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지식인도 모두 구태에서 벗어나 새 세상 만들자고 생각도 하고 말도 하긴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역력합니다. 정치개혁이나 정당혁신을 하자고 하면서도 내부 사정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개개인을 보면 지식과 경험과 신념과 양심을 지닌 괜찮은 지식인들이요 정치인들인데, 정당, 정권, 국회의 제도권 내의 시스템, 매커니즘과 다이내믹스 속에서 소신을 펼치면서 일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이해는 합니다.

그래서 고생하는 지도자도 뜻있는 정치인도 힘들어 하며 번민하는 줄도 압니다. 그런데 뒤엉켜 싸우다가도 여론 무서운 줄 아는 때가 있지요. 정치 지도자로부터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는 듯 싶지만, 국민이 뭘 원하는지 뭐가 진짜 필요한지 철저히 깨달아야 하고, 그 뜻을 일편단심으로 이루고자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 우선 정권은 잡아야 하고, 당선은 되고 봐야 한다는 것이 앞서며 뒤엉킵니다.

예수께서 일찍이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을 상기합니다.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다른 일이 아니라 정치인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하듯이, 진정성을 가지고 민심을 존중하고, 민생을 챙기고 나라를 튼실하고 안전하게 하는 일에 신명을 바쳐 살려는 태도만 보이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도, 못 되도, 그것이 바로 천심을 받들어 사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십자가의 정신이 ‘사즉생’ 死則生의 정신으로 나타나는 것이요,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 한다면,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지도자들과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지녀야 할 정신입니다. 모두에게 이러한 정신이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오로지 바른 정치, 바른 세상 만드는 일에 집중하여 사즉생의 각오와 결단으로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온 국민이 이런 뜻과 자세를 지니고 기도하면, 자연히 정치권을 향한 무서운 여론의 압력이 될 것이며, 이 뜻이 하늘에 닿으면, 민심이 곧 천심이라 새 세상 여는 힘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 위기를 타개하려면, ‘돈보다는 일을, 이기심보다는 희생정신을, 탐욕보다는 책임을’ 중시하는 태도를 정치, 경제, 산업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한 의미도 일맥상통합니다.

공천과정에서 보였던 것처럼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또다시 이기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듯이 행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젊은이들과 온 국민이 지금, 왜,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잠시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 오늘날 불공정과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대기업의 편중과 문어발식 불공정 확장에 재래시장과 골목 상인들까지 당하는 고통이 어떤지,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 모든 문제를 앞장서서 고민하며 해결하는 정치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장애인이 편한 세상이 되면, 비장애인들에게는 더 편한 세상 되는 법입니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 힘 있고 가진 것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 살기 좋은 세상 되는 법입니다. 지속가능한 경제,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공동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기도합니다.

이를 위하여 정치인들을 포함한 모두가 공동선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지식인들은 개인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집단지성을 살리기 위하여 협동 관계와 노력을 증진해야 할 거입니다. 종교인들과 교양인들은 모두 개인의 영성을 함양하고 공동체 영성을 심화시키며 이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습니다. 4월에는 기도를 드리겠어요. 우리 모두의 집단지성과 공동체 영성의 융합을 이루기 위하여 온 마음 기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