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의 의미는 만사가 뜻하는 대로 척척 이루어져서 행복의 행진을 계속하는 데에 있지 않다.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변화시켜서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데에 있다. 시련과 역경은 인생에 있어서의 당연한 조건이고, 삶이란 ‘변화’시켜야 할 무엇이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변화의 모범을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신 분이다.

하나님이 하나님이심을 버리고 인간의 몸을 입으신 것은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self-abandonment. 무언가에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믿음에 사랑이 더해질 때라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사랑하지도 않는 일에 자신을 내어놓을 수는 없다.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내어놓을 수 없다. 결코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자신을 내려놓으셨다. 그분은 가난하고 억눌리고 불편하고 죄 많은 사람들의 친구로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그의 주변에는 온갖 불구자와 병자와 버림받고 소외된 문둥이와 창녀, 세간의 지탄과 저주를 함께 받는 세리들이 몰려들었다. 스스로를 의롭다고 칭하는 자들을 비난하고 거부하였고, 오히려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이들을 가까이하셨다. 그들과 어울려 죄를 짓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죄를 용서하여 빛처럼, 소금처럼 사는 삶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다, 예수께서는 변화를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앉은뱅이가 껑충껑충 뛰고, 소경이 눈을 뜨고, 죽은 자가 살아나도록 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편히 쉬게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멸망으로 들어가는 크고 넓은 문이 아니라 생명으로 가는 좁은 문으로 이끌기 위해 오셨다. 가진 소유를 다 팔아서라도 사고 싶은 진짜 진주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셨다. 지상에 사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하여 예수는 33세의 젊음을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매달아야만 했다.

예수께서 말씀한다. “내가 죽지 않는다면 너는 살 수 없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고 너는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너를 위해서 죽은 적이 없는 사람을 너는 사랑할 수 있고, 너를 위해 죽었던 적이 없는 사람을 위해 너는 죽을 수 없다.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죽지 않았고,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인간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최후의 고통, 절대적인 고통을 당하셨다. 그 고통은 평범한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깊은 심리적인 고뇌였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할까? 왜 내가 십자가에 못박혀야 하는가? 나에게 이 고뇌는 왜 존재하는가? 그는 하나님께 묻는다. 어째서입니까? 그리고 그는 갑자기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다. 그 순간에 그는 예수였다가 그리스도가 되었다. 예수는 사라지고 그리스도가 있었다. 한순간에 변형이 일어난 것이다. 왜? 어째서? 하고 절규하던 그 순간에 나의 뜻대로가 아니라 당신 뜻대로 하라는 절대적인 최후의 내맡김이 거기에 있었다.

인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삶에는 왜 고통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절대적 내어맡김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변화하신 예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믿는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예수의 고통을 통해 자각할 수 있듯이 인간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데에는 고통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통해서만 더 많은 것을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이란 것은 우리가 변화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은 내가 변해야만 하고 새로워져야만 하고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고통 가운데 있는 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삶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승점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대한 마음의 혁명’을 이루어야 하고, 더 자유롭고 더 성장한 영혼이 되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에게 닥쳐오는 시련과 역경은, 바로 그런 위대한 변화를 위해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