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서에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혀 예수 앞에 끌려온 여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개 이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요한이 이 이야기를 기술한 전체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앞에 전개한 이야기와 함께 보아야 합니다(요 7:14-8:11). 간음한 여인 이야기 앞의 7장은 초막절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신 이야기입니다. 당시 예수님의 가르침은 백성들에게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바리새인들은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예수를 잡아오라고 성전경비병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성전경비병들은 감히 예수를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바리새인들은 싸잡아서 ‘율법을 알지 못하는 저주받은 자’라고 매도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리새인 중에 전에 예수를 찾아갔던 니고데모가 그들의 맹목적인 비난이 거슬렸든지, ‘도대체 율법에 알아보지도 않고 죄인으로 단정하는 법이 어디 있소!’ 라고 항변합니다(요 7:51). ‘당신도 갈릴리 사람이요? 성경을 뒤져 보시요. 갈릴리에서 예언자가 나온다는 말은 없소!’ 라고 바리새인들은 니고데모를 거칠게 몰아붙입니다. 결국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옭아맬 물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다음날 불의한 자들이 국면전환을 위해 늘 써먹는 수법대로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다는 여인 하나를 끌고 예수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이야기의 핵심은 간음한 여인에 있지 않고, 예수를 죽이려는 자들이 무슨 짓을 하는가를 보여주는데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면의 비열함은 보지 않고, 저들의 각본에 놀아납니다. 설교자들 역시 사건의 맥락 없이 도덕적인 관점에서만 간음한 여인을 본다면 바리새인들의 음모에 낚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마치 최근에 법원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고발인 안희정 씨가 아닌 고발인 김지은 씨의 ‘피해자답지 않음’을 들어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거나 다를 바 없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이들이 여인을 끌고 온 장소는 성전입니다. 하나님께 예배하고, 말씀을 듣기 위해 나와야 할 신성한 장소에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이들에게 성전은 이미 성전이 아닙니다. 도덕적 파산자는 간음했다는 여인이 아니라, 바로 이들입니다. 인간의 위선이 이보다 더 뻔뻔할 수 없습니다.

타락한 종교는 참된 가르침은 모양도 닮지 않으면서, 그 종교의 기득권 논리에 충성하는 자들만 득세합니다. 게다가 혼탁한 시대에는 조작이 난무하고, 음모가 난무하고, 선을 가장한 위선이 춤을 춥니다. 뿌리는 썩어가는 데 잎사귀에만 물을 주느라 야단법석입니다. 나라 경제도 그래서 골병듭니다. 책임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불의를 보거나 누군가 범죄한 일을 보았을 때, 드러난 현상만 보지 말고 그 깊이를 보라고 합니다. 덧붙여 다른 사람을 심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성찰하라는 말씀도 잊지 않습니다.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잡고 네 자신을 돌아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갈 6:1). 자기 성찰을 모르는 이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자신이 의를 말하는 것으로 스스로 의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의 임재 현상을 단순히 삶의 열정으로 병치시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성령의 임재를 통해 세상 근심걱정 하지 않고, 만사를 긍정하며 살도록 가르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성령의 임재 가운데서 사는 것은 단지 성공의 열정으로 사는 것이 아닌 ‘거룩한 열망’으로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로우심 곧 정의감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게 ‘거룩한 열망’입니다. 세상의 모순과 불의와 고통과 비참함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고 자신을 성찰하며 사는 것입니다. 거룩한 영에 이끌린 예언자들의 삶이 그러했고, 예수께서 그렇게 사셨고, 바울 역시 그렇게 살았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안일이 아닌 공동체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산 이들입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욕망은 가마솥처럼 뜨겁게 끓지만 거룩한 열망 지수는 형편없이 낮은 나라입니다. 저마다 삶의 열정은 뜨거운데 정의감은 밑바닥입니다. 나라 지도자들과 상류층으로 올라갈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합니다. 한국교회는 그 정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실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한 열망’으로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