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봉사를 낳고,
봉사는 행복을 낳습니다.

유년시절부터 교회에 다닌 나는 주일학교 교사로 성가대원으로 봉사하면서 공예배는 물론 새벽기도회에도 빠짐없이 열심히 믿음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뒤돌아보니 머리로만 지식으로만 열심이었지 가슴에는 참된 평안과 구원의 확신이 없었음을 발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교사님이 인도하시는 성경공부를 하던 중 구원의 놀라운 사실이 내 가슴에 와 닿으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회개하고 새롭게 하나님의 자녀 됨을 실감하게 되었다.

중생의 기쁨을 체험한 후에 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 그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하여 항상 빚진 자로서 살고 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성경구락부에 나가서 밤마다 가르치며, 시장과 역 광장, 경찰서 구치소, 교도소, 결핵환자들이 입원한 시립병원과 나환자 재활원을 찾아가 위로하며 복음을 전하였고, 영국 구라 선교부 주한본부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봉사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명감에 투철한 남편을 만나 함께 목회하며 효과적인 봉사를 실천하게 되었다.

여성단체인 한국YWCA에 몸담아 30년을 봉사하며 대구YWCA 회장으로 연합회 실행위원으로 지금은 명예이사로 활동하며 봉사하고 있다.

교도소는 1962년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남녀 재소자들에게 복음도 전하고 상담도 해주며 그들의 가족들을 도우며 힘과 용기도 주고 나눔과 섬김으로 지나온 세월이 어느덧 금년으로 만 50년이 되었다.

목회자면 누구나 받아볼 수 있는 청빙을 모르고 오직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며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기존 교회나 기관 목회의 초청을 뿌리치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길거리 골목마다 다니며 전도하여 가르치고 양육하여 교회를 개척하고 두 개의 아름다운 교회당을 건축하였다. 임기 4년을 앞당겨 후배에게 인계하고 눈물겨운 40여년의 목회를 은퇴한 남편에게 당신이 은퇴했으니 나도 봉사일선에서 은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더니 남편은 순간 단 한마디로 ‘봉사에 무슨 은퇴가 있느냐’고 말문을 막았다.

사실 봉사에는 퇴직이나 은퇴는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언제 어디서나 할 일을 찾아서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봉사는 자랑할 것도 없고 공과에 대한 평가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다만 변함없이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자세로 빚 갚는 자세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리다.

목회에는 제도와 법이 있어 은퇴했지만 우리는 은퇴하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거나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꿈에도 생각 못한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에 와서 지인이 준비해 준 낡은 농가를 얻어 우리부부가 개조하고 수리하여 이사하였다. 각종 꽃이나 채소들의 모종을 생기는 데로 심었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묘목을 사다 심어 나름대로 아름답게 꾸미며 행복을 심고 있다.

봄이면 씨앗 심고 자연스레 돋아나는 야생화를 보며 상추와 쑥갓 오이 열무 파 등 각종 식물들이 주인의 발자국을 들으며 자라나는 모습에서 우리는 함께 행복해 한다.

여름이면 오이 따서 채 썰고, 물만 주고 기른 열무김치에 국수 말아 먹고, 먹을 때마다 그리운 이들 사랑하는 이들 불러다가 함께 나눠 먹으며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맑은 여름 밤 하늘에 별들을 세면서 세상살이에 힘들고 피곤한 이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이 삶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정의가 강같이 흐르게 하는 참된 봉사의 길이라 생각한다.

가을이면 각종 채소들, 고구마, 호박 등을 말리기도 하고 겨울을 위해 거둬들인다. 벌레를 요지와 집게로 잡아주면서 정성껏 키운 배추와 무우로 김장을 하여 땅속에 묻어둔다. 지인들에게 필요하다면 나눠주기도 한다. 나름대로 남편과 주는 목회를 한다고 했는데 새롭게 나눔의 삶을 체험하면서 우리는 마주보고 웃곤 한다.

겨울이면 아름다운 눈 덮인 산과 들판을 바라보는 이 맛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평화 그 자체이다. 우리 부부가 손수 황토 벽돌로 힘들게 만든 황토방에 오손 도손 쪼그리고 앉아서 군불을(장작) 떼면서 고구마도 굽고 오징어도 구어서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정성껏 대접하며 목회에 지치거나 영적 갈등에 있는 목회자들을 위로하고, 삶에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믿음의 상처를 받은 성도들을 위로하며, 사랑과 말씀에 굶주린 시설이나 요양원, 교도소 등 전과 같이 지속적으로 찾아 봉사한다. 내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Y 행사에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러는 이런 것을 봉사라 하고 사랑과 희생이라고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어떤 명예와도 바꿀 수 없다. 그러므로 힘이 닿는 데까지 행복을 나누며 봉사를 쉬지 않고 열심히 하려 한다.